[기고]농지은행이 잇는 땅, 청년이 여는 농촌

2025-10-29     경상일보

누군가에게 농촌은 떠나야 할 곳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롭게 들어가고 싶은 곳이다. 오랜 시간 농촌을 지켜온 고령층에게 농촌은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공간이 되고 있다.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농사를 이어갈 사람은 마땅치 않다.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할 농지지만, 어디에 어떻게 넘겨야 할지 막막하다.

반면 청년들에게 농촌은 기회의 땅이다. 스마트 농업과 고부가가치 산업이 확산하면서 농촌은 새로운 가능성이 시작되는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막상 귀농·귀촌을 하고자 하면 현실의 벽이 높다. 가장 큰 벽은 ‘농지’다. 땅은 있는데, 들어갈 틈이 없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은 이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고령층의 유휴농지를 청년 농업인에게 연결하여, 세대 간 농지 순환을 촉진하고,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울산지사는 다양한 농지은행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지역 내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농지은행은 청년 농업인들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별 지원 순위를 두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선정된 청년창업형후계농업인에게는 1순위로, 2030세대는 2순위로 지원한다. 이 중에서도 독립 경영 예정이거나 농지은행 지원 이력이 없는 자를 우선 지원하여 청년 농업인들의 영농 진입을 돕고 있다.

농지은행의 대표적인 사업인 ‘맞춤형농지지원 사업’은 청년 농업인과 귀농인이 영농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그 중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은 청년 농업인이 영농 기반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사업은 고령화나 은퇴로 영농을 지속하기 어려운 농업인들의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가 매입하여, 이를 청년 농업인에게 임대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특히, 농업용 간이시설과 비닐온실 설치를 허용해 청년 농업인들이 스마트 농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울산지사는 지금까지 총 170필지, 약 32.1ha 규모의 농지를 확보해 임대하고 있다.

최근 도입된 ‘농지은퇴이양직불 사업’은 10년 이상 계속하여 농업경영을 한 65세 이상 79세 이하 고령 농업인의 안정적 은퇴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 사업은 방식에 따라 매도형과 매도 조건부 임대형으로 나뉜다. 매도형은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즉시 매도하고, 농지 매도 대금과 함께 1ha당 매월 50만원의 직불금을 받는다. 매도 조건부 임대형은 일정 기간 농지를 임대한 후 매도하는 방식으로, 농지 임대료 및 농지연금과 더불어 1ha당 매월 40만원의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울산지사는 올해 해당 사업을 통해 4.6ha 규모의 농지 이양을 추진했으며, 확보된 농지는 청년농 농지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선임대후매도 사업’은 올해부터 적용 대상 지역이 확대되었다. 이 사업은 청년 농업인이 자부담 없이 농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농지은행이 청년 농업인이 희망하는 농지를 먼저 매입한 뒤, 해당 청년 농업인에게 매도를 전제로 장기 임대하는 방식이다. 광역시는 기존 사업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지만, 이번 연도 2차 공고부터 광역시가 포함되면서 울산광역시도 청년 농업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농지은행은 단순한 농지 거래를 넘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농촌의 미래 구조를 이끌어가는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령화된 농촌이 청년 세대를 품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앞으로 농지은행이 울산 농촌의 든든한 징검다리가 되기를, 그리고 더 많은 청년 농업인이 농촌을 새로운 기회의 무대이자 성장의 터전으로 인식하기를 기대한다.

김민수 한국농어촌공사 울산지사 농지은행관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