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일과 안전, MZ세대의 시선으로 다시 보기

2025-10-29     경상일보

산업현장은 지금 세대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X세대가 쌓아온 경험과 조직의 안정, 밀레니얼의 체계적 사고, Z세대의 디지털 역량이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일’과 ‘안전’을 바라보는 관점은 세대마다 다르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조직문화와 안전은 기술 문제보다 세대 간 인식 차이에서 위기를 맞는다.

MZ세대는 밀레니얼(1981~1996년생)과 Z세대(1997~2012년생)를 합친 개념이다. 디지털 환경과 모바일 문화를 모두 경험한 이들은 정보 접근이 빠르고, 사고방식과 위험 인식에서도 기존 세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고, 공정성과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지시보다 이해를, 소유보다 경험을 선호한다.

또한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out)’ 성향도 강하다. 과거 세대가 감각과 경험에 의존해 위험을 판단했다면, MZ세대는 데이터와 절차를 기반으로 안전을 평가한다. 단순히 명령을 따르거나 절차만 수행하는 것을 거부하며, 목적과 이유가 명확할 때 진정한 참여와 신뢰를 보인다. 이는 고집이 아니라 합리적 안전 감수성의 표현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그들은 태블릿과 디지털 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한다. 학습용 노트 작성, 자료 정리, 인터넷 검색, 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기능을 결합해 자신만의 학습 환경을 만든다. 이러한 디지털 활용 능력과 거침없는 문제 해결력은 산업현장에서 MZ세대가 안전문화 혁신을 주도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위험을 분석하고 개선안을 제시한다.

또한 MZ세대는 뉴스와 사회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 뉴스를 확인하고, SNS와 댓글로 즉각적인 의견을 낸다. 요즘은 아침에 눈을 뜨면 또다시 중대재해 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대통령과 고용노동부 장관이 엄정 대응을 지시하고, 사고가 발생한 기업명이 공개된다. MZ세대에게 ‘안전’은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개인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들은 ‘왜 사고가 났는가’와 ‘해당 회사는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가’를 스스로 판단하며, 직장을 선택할 때 안전문화와 투명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 취업 시즌을 맞아 학생들과 상담하며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많은 학생들이 단순히 연봉만 보고 회사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장 먼저 보는 기준은 워라밸과 안전한 근무 환경이다. 학생들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거나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회사에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향은 학생들만의 특성이 아니라, 이미 MZ세대로 진입한 신입사원과 직장인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결국 안전과 근무 환경은 더 이상 ‘복지 항목’이 아니다. 이제 그것은 인재 확보와 조직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많은 기업에서는 MZ세대의 참여를 기반으로 안전·보건관리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스마트 센서, AR 기반 안전훈련, 상시 위험성 평가, 화상회의를 통한 위험 공유 시스템 등은 모두 세대 교체와 디지털 감수성에서 시작된 변화다. 이러한 혁신은 기술보다 먼저 문화와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MZ세대의 정보 활용 능력과 논리적 문제 해결력은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조직에 있어 안전과 문화는 곧 인재 확보와 직결된다. MZ세대는 자신의 생활과 안전을 중시하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은 직장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대로 안전한 환경과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될 때 우수한 인재가 모이며, 이는 곧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제 조직은 사고방식의 세대 차이를 이해하고, 참여와 공감을 기반으로 한 안전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세대가 바뀌면 일의 방식도 달라지고, 문화와 안전도 달라져야 한다. 명령과 복종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해와 협력이 조직의 안전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기술이다. 결국 산업안전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세대의 대화 속에서 결정된다.

이정일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AI산업안전시스템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