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혁신도시 10년, 현주소]정주여건·생활인프라 등 개선과제 산적

2025-10-29     주하연 기자
울산혁신도시

울산혁신도시의 기관 이전과 주택 공급이 대부분 마무리되며 도시의 외형은 갖춰졌지만, 가족이 머무르고 싶은 ‘삶의 공간’으로 완성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낮에는 공공기관 차량과 출퇴근 인파로 붐비지만, 해가 지면 불빛이 사라지고 거리는 정적에 잠긴다. 도시의 틀은 완성됐음에도 그 안을 채울 ‘삶의 온기’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혁신도시의 또 다른 지향점은 국가균형발전과 직원들의 지역 정착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강력한 이주정책 지원 및 기반시설 확충방안이 뒤따르지 않으면 다가올 ‘혁신도시 시즌2’의 성공도 기대할 수 없다.



◇가족과 머무르지 않는 도시

가족 동반 이주율은 혁신도시의 정착 수준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지난해 말 기준 울산혁신도시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74.3%로, 2020년(70.5%) 70%대를 돌파한 이후 소폭 오름세를 보이지만 사실상 정체 상태다. 도시 기반은 자리 잡았지만, 가족 단위의 생활 여건은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드러난다. 울산혁신도시의 전반적 만족도는 71.3점으로 전국 평균(69.4점)을 소폭 웃돌았지만, 교통환경(63.3점)과 여가활동(66.0점)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차량과 인파가 붐비지만, 야간이나 주말에는 인적이 드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의 구조적인 한계도 크다. 울산혁신도시는 중구 우정동 일원에 길게 조성된 일자형 도시로, 생활권이 분산돼 내부 이동 효율이 떨어진다. 중심 상권의 응집력도 약해 가족 단위의 소비나 여가 활동이 한 지역에서 이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자녀 교육이나 여가시설 이용을 위해 외부로 이동하는 가구가 많다. 가족이 함께 생활하기보다는 ‘출퇴근 도시’로 기능하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혁신도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들어섰다고 해서 도시가 완성되는 건 아니다”며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생활 기반과 문화 인프라가 결합돼야 진짜 의미의 정주도시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2030년 기준 울산혁신도시 이주 목표치는 2만명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혁신도시 주민등록인구는 1만9442명이다. 공동주택은 총 계획물량 6048호 중 6048호 공급(계획 대비 100%)했으며,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 주택특별 분양으로 1087호 공급됐다,



◇삶의 질 높일 인프라는 아직 부족

정주 인프라는 외형적으로는 갖춰졌다. 올 6월 기준 초·중·고 7개교(초 2, 중 3, 고 2), 공립·사립 유치원 3곳, 어린이집 19곳이 운영 중이다. 병·의원 10곳, 약국 4곳, 학원 49곳, 음식점 264곳 등 기본 생활시설도 완비됐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불균형이 뚜렷하다.

교육시설 규모도 작아 학령기 자녀를 둔 가정의 교육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가족 단위의 여가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문화 인프라도 여전히 부족하다.

울산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혁신도시복합혁신센터 준공, 버스 순환노선 확대, 공공기관 체육시설 개방 등을 추진했지만, 이러한 사업이 실제 시민 생활 속으로 스며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가·문화·교육시설이 생활권 단위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체감할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권 정체도 도시 활력 저하의 또 다른 요인이다. 낮에는 공공기관 직원과 학부모, 인근 학교 학생들로 활기가 돌지만, 저녁이 되면 대부분의 점포가 일찍 문을 닫는다. 주말에는 원도심이나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소비가 많아 지역 내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시 공간은 커졌지만 ‘삶의 흐름’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셈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단순한 물리적 공급만으로는 체감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며 “정주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주거·교육·문화가 순환하는 구조를 완성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도시 활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