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청년 10명 중 4명 ‘번아웃’…수도권보다 심해

2025-10-30     오상민 기자
울산 청년 10명 중 4명이 ‘번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과로보다 진로 불안과 일에 대한 회의감 등 심리적 요인이 컸다.

동남지방통계청이 29일 발표한 ‘통계로 보는 동남권 청년의 삶 2025’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청년(만 19~39세)의 번아웃 경험률은 42.0%로, 2022년(27.3%)보다 14.7%p 급등했다. 전국 평균(32.2%)과 수도권(31.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번아웃 사유는 △진로 불안(37.6%) △업무 과중(18.2%) △일에 대한 회의감(15.1%) 순이었다. 업무 과중은 7.1%p 감소한 반면, ‘내일이 불안하다’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늘었다. 청년층이 일 자체보다 ‘일과 삶 속의 균형’과 ‘업무 보상 등 미래가 안 보인다’는 불안감에 더 큰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는 겉으로는 개선됐다. 2024년 울산 청년의 고용률은 64.1%로 2015년 대비 1.9%p 상승했지만, 실업률은 오히려 6.8%로 0.9%p 올랐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1.2%로, 9년 전보다 11.4%p 급증했다. 이 역시 전국 평균(19.2%)과 수도권(19.5%)을 상회했다. ‘일할 수는 있지만 일하고 싶지 않은’ 청년층이 늘어난 셈이다.

쉬고 있는 청년의 확산은 단순한 구직 포기 현상을 넘어 구조적 번아웃의 징후로 풀이된다.

반복되는 취업 실패와 불안정한 일자리 환경 속에서 ‘일을 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무력감이 쌓이면서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년 진로 불안의 영향이 결국 쉬는 청년을 양산하는 모양새다.

경제적 여건도 녹록지 않다. 2023년 기준 울산 청년의 평균 소득은 2693만원으로 2년 전보다 898만원 늘었지만, 부채는 같은 기간 무려 2066만원(348%) 늘어난 2660만원에 달했다. 자산이 늘긴 했지만 대부분 금융·부동산 등 투자를 위한 ‘영끌’ 형태로 실질적 경제 안정성은 낮은 편이다.

사회 인식 지표는 악화했다. 울산 청년 중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답한 비율은 52.3%로 2021년보다 13.3%p 하락했고, 대인 신뢰도는 48.3%로 2015년 대비 30.5%p 급감했다. 삶의 만족도 또한 42.5%로 2016년보다 5.5%p 낮아졌다.

이처럼 울산 청년층의 번아웃은 단순한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니라, 고용 안정성 저하·부채 부담·공정성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회적 피로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에 서류상 일자리보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근로환경 개선, 불안정 고용 해소, 직무 전환·심리회복 프로그램 등 청년 눈높이에 맞춘 세밀한 현장형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