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람을 돌보는 인공지능, 복지의 새로운 동반자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의료, 교통, 제조는 물론 복지 영역에서도 AI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의 복지가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기술이 함께 돌보는 시대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돌봄을 확장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복지 현장에서 주목받는 변화는 AI 돌봄로봇과 스마트돌봄 서비스의 확산이다. 서울시복지재단의 ‘효돌’ 같은 소셜로봇은 혼자 사는 어르신의 외로움과 불안을 완화하며 정서적 안정을 돕는다. 단순히 말을 건네는 기계가 아니라, 대화와 반응을 통해 ‘디지털 친구’로서 일상을 함께한다. 일부 로봇은 낙상 감지나 식사 보조 등 생활 속 어려움을 도우며, 돌봄인력의 부담을 덜고 이용자의 안전을 높인다.
국립재활원은 실제 주거공간과 유사한 ‘스마트돌봄스페이스’를 운영한다. 로봇과 IoT 기기를 연계해 사용자의 건강과 생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침대 센서가 수면 중 이상 움직임을 감지하면 즉시 돌봄인력에게 알림을 보낸다. 더 나아가 AI는 생활습관을 학습하고 개인 맞춤형 돌봄을 제안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기술이 사람을 이해하고, 돌봄을 예측하는 복지의 진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복지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로봇보다 사람의 손길이 낫다’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 있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에게는 기술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복지는 기술 친화적이면서도 사람 중심적인 돌봄으로 나아가야 한다.
AI가 감정의 언어를 이해하고, 사람은 기술의 도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
AI 복지의 발전에는 데이터 윤리와 신뢰성 확보도 중요하다. 돌봄기기가 수집하는 건강정보와 생활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기술이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도록 ‘인권 기반의 AI 복지 원칙’을 마련하는 일 역시 시급하다. 특히 AI가 인간의 감정과 취약성을 다루는 만큼, 기술의 효율성보다 공감과 신뢰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제 복지는 행정서비스를 넘어, 기술과 사람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생활 인프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울산은 로봇산업과 제조 AI 기술 기반을 이미 갖춘 도시로, 산업과 복지가 만나는 ‘AI 선도도시’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울산시는 국내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본격 추진하며, 산업 중심 도시에서 첨단 기술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Amazon Web Services(AWS)와 SK그룹이 협력해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의 AI 산업 생태계를 한층 고도화할 전망이다.
이처럼 울산은 제조, 에너지, 교통,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접목해 ‘사람 중심의 기술도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술 혁신이 단순히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복지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은 오는 11월5일 ‘사람을 돌보는 AI, 기술과 사람이 만나는 복지’를 주제로 2025 울산 사회보장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AI가 복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기술이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복지 분야의 AI 활용사례를 공유하고, 지역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세상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 돌보는 울산형 AI복지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기술과 인간의 따뜻한 협력이 만들어낼 새로운 복지가 자리하길 바란다.
신장열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