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태의 인생수업(17)]성장은 곧 행복의 또 다른 이름
한때 나는 행복을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로만 생각했다. 바람 한 점 없는 호수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 속에 머무는 것이 행복이라 믿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진짜 행복은 멈춘 고요 속이 아니라, ‘성장’이라는 흐름 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성장은 더 많이 가지거나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일이 아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성숙해지며, 조금 더 따뜻해지는 일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라 했다. 그 만들어감의 과정이 곧 성장이고, 그 길 위에 행복의 씨앗이 놓여 있다. 아브라함 매슬로 또한 “행복은 정체가 아니라 성장이며, 더 나은 자신을 향한 끝없는 여정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성장하고자 한다. 그러나 진짜 성장은 남을 앞지르는 경쟁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조금씩 넘어서는 조용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걸음이 삶의 결을 바꾸고 사람의 깊이를 만든다. 삶이 우연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자각은 우리를 충만하게 하며,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성장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실패와 좌절을 끌어안고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만이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달라져 있음을 발견한다.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성장은 사소한 습관을 꾸준히 지켜내는 데서 시작된다”고 했다. 젊을 때의 성장이 ‘높이’를 향했다면, 나이가 들수록 성장은 ‘깊이’를 향한다. 속도와 경쟁에서 벗어난 자리에서 우리는 비로소 무엇이 진정으로 소중한지를 묻게 된다.
퇴직 후 내가 시작한 글쓰기도 그러했다. 처음엔 어렵고 부담스러웠지만, 하루하루 써 내려가며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어느 날 깨달았다. 글은 내가 썼지만, 그 글이 내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글이 하나둘 쌓일수록 어느새 나는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성장은 곧 치유였다.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상처는 지나간 고통이 아니라 성장의 문턱’이었다. 오래된 상처를 마주하고 외면했던 감정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더 너그러워지고, 더 깊어진다.
성장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80세에 그림을 시작한 사람도 있고, 70세에 글을 배우는 사람도 있다. 배우려는 마음이 이어지는 한 인생도 계속된다. 배우는 자세는 우리를 젊게 하고, 살아 있게 만든다. 나 또한 퇴직 이후에야 비로소 성장의 기쁨을 느낀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시도하며, 겸손 속에서 나는 조금씩 발전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말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늙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기를 멈출 때 늙는다.” 행복은 머무름이 아니라 움직임이다. 질문하고, 배우고, 내일을 꿈꾸는 마음이 있는 한 우리는 늙지 않는다.
우리는 완벽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오늘의 내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고 느낄 때, 우리는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려는 지금 이 순간의 마음 안에 있다.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