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확장과 침투…백남준·토니 아워슬러展

2025-11-03     권지혜 기자
울산시립미술관의 2025년 하반기 소장품 기획전시 ‘백남준&토니 아워슬러: Video or Sculpture’가 오는 20일부터 2월22일까지 약 3개월간 지하 2층 2전시실 및 로비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5번째 소장품 기획전시다. 울산시립미술관에는 두 작품을 포함해 총 238점의 소장품이 있다.

전시는 울산시립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거북’과 대표적인 2세대 비디오 아티스트 토니 아워슬러의 대형 미디어 설치 작품 ‘Lock 2,4,6’을 통해 미디어아트의 계보와 동시대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백남준 작가의 1993년작 ‘거북’은 166대의 모니터로 구성된 거대한 거북 형상이 디지털 영상의 흐름을 통해 생명체처럼 호흡한다. 백남준 작가는 TV와 거북의 조합을 통해 기술과 자연의 공존을 표현했으며, 기술 문명이 자연과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은유한다.

토니 아워슬러 작가의 1997년작 ‘Lock 2,4,6’은 인간의 의식과 신체, 인지의 경계를 탐구하는 대형 미디어 설치작품이다. 작품 제목의 숫자 2,4,6은 심리학 실험에서 차용된 것으로, 인간이 선입견이라는 필터를 통해 세상을 해석하는 경향을 논의의 장으로 불러온다. 토니 아워슬러 작가는 미디어가 인간의 감정과 인식,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기술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풍경을 탐구한다.

눈여겨볼 점은 백남준 작가가 밖으로의 확장을 통해 TV의 단방향 정보 전달 방식을 우려하고 비디오를 통한 양방향 소통과 인터넷을 예견했다면, 토니 아워슬러 작가는 미디어에 의해 촉발되는 인간의 심리적 반응에 주목해 내면(무의식)으로 침투한다는 것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전시명처럼 비디오와 조각의 결합이라는 동일한 매체를 통한 밖으로의 확장과 인간 내면으로의 심화를 동시에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토니 아워슬러 작가의 ‘Lock 2,4,6’ 작품과 연계한 강연을 기획 중이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두 작가의 작업을 병치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라는 매체가 어떻게 세계를 향해 확장되고 동시에 인간의 내면으로 침투해왔는지를 탐색하는 실험”이라며 “기술이 생명을 닮아가고 이미지가 우리 의식의 일부가 돼 가는 시대에 두 작가의 대화는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두 작가의 시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오늘날 우리 삶 속의 미디어를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