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성과와 내용]이재명 대통령, 실용 외교의 장으로 활용
2025-11-03 김두수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최대 관문으로 여겨지던 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무역·투자, 디지털·혁신, 포용적 성장 등을 담은 ‘경주 선언’을 채택, 인공지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대한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는 평가다.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 유관부처, 외교가에 따르면 APEC 전제회의 주재국 대표인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최대 과제였던 관세협상을 일단락하고 한중, 한일 정상회담도 연이어 소화하며 APEC 정상회의를 ‘실용 외교’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기다 미중 정상회담에선 관세 전쟁 확전 자제라는 결과물이 도출됐다. 역대 최대 규모인 1700여명의 국내외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APEC CEO 서밋 역시 성대하게 마무리됐다. 이 대통령은 장기화하는 한미 관세협상, 고조되는 미중 갈등 등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커지던 상황에서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맞아 양자·다자외교 모두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지형 속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한미 정상회담(10월29일)은 이 대통령이 통과한 최대 시험대였다. 관세협상의 장기화 속에 자칫 빈손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국이 회담 직전 극적으로 ‘연간 최대 200억달러 분할 투자’에 합의하면서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고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관세협상 타결로 ‘안보 패키지’ 합의 역시 곧 문서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취임 5개월 만에 비로소 한미동맹도 제 궤도로 돌려놓았다 할 수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핵추진 잠수함’을 의제로 꺼내 승인을 얻어냄으로써 안보와 관련한 숙원 하나를 해결했다.
끝까지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고수하고 상대의 필요를 꿰뚫는 의제를 선정하는 등 이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도 이런 성과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각각 처음 대좌한 한중·한일 정상회담도 우호적으로 마무리됐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기본 축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기본 구도를 APEC 정상회의 계기로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본무대’인 APEC 정상회의에서는 ‘경주 선언’을 조율해 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외교적 리더십을 입증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그간의 ‘치킨게임’을 멈추고 일단 휴전한 것도 ‘가교 국가’ 혹은 ‘플랫폼 외교국’이 되겠다는 이 대통령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엿보인 성과로 꼽힌다.
향후 과제로는 미국과의 관세·안보 협상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양해각서(MOU)와 팩트 시트 문구를 다듬는 작업은 진행 중인 만큼 국익이 침해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디테일’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