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도시의 얼굴, 트램 정류장 디자인의 중요성

2025-11-04     경상일보

울산 도시철도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도심의 노면을 달리는 트램(Tram) 1호선 착공과 2호선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선정은 단순한 교통 기반시설 확대를 넘어 울산의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할 절호의 기회다. 지하철 중심의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 트램을 도입하는 것은 울산의 축적된 기술력과 문화적 긍지, 그리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층 고도화된 도시 브랜딩과 세련된 시민 경험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트램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울산의 도시 구조와 생활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고, 트램 정류장은 시민이 매일 찾는 공간이자 도시의 경관과 이미지 형성에 중요한 공공디자인 요소이다. 따라서, 시민의 일상생활과 접점(Touch Point)이 될 트램 정류장의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울산의 이미지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트램, 지하철, 버스를 위한 정류장 디자인과 관련된 성공적인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울산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분명히 할 수 있다.

독일 하노버는 1990년대 초반,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건축가에게 도시 내 주요 장소 9곳의 정류장 디자인을 의뢰했다. 알레산드로 멘디니, 프랭크 게리, 에토레 솟사스, 제스퍼 모리슨 등은 자신만의 수준 높은 예술성과 디자인 감각을 일상적인 도시 기반 시설인 정류장 디자인을 통해 표현했다. 이는 정류장을 단순한 교통 대기 공간을 넘어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켜서 각 도시의 브랜드를 가치 있게 했다. 매력적인 관광자원과 특산품이 없었던 하노버에서 정류장은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됐고, 정류장 안내서와 포스터는 물론 공사 시작 단계부터 준공까지의 진행 과정을 담은 화보까지 판매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노버는 새로운 세기를 맞은 2000년 이후부터 도시철도 승강장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예전의 9개 정류장이 화려한 공공 예술품 같다면 새로운 정류장은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디자인으로 도시 이미지를 더 발전시켰다.

스페인 빌바오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구겐하임 미술관뿐만 아니라, 현대적 건축미와 지역 특색이 융합된 도시철도 정류장을 통해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구현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브루노 테일러가 고안한 그네 정류장처럼 대기시간에 재미를 부여하는 디자인이 적용됐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벌집 정류장(Bee Stop)’은 꿀벌 정원을 정류장 지붕에 설치해 도심에 꿀벌 서식지를 제공하여, 친환경 정책과 공공디자인을 동시에 실현했다. 또한 브라질 쿠리치바의 원통형 유리 튜브 정류장은 대중교통의 효율성뿐 아니라 정류장이 지닌 상징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이처럼 세계의 많은 도시는 정류장 디자인을 통해 기능적인 대기 공간을 새로운 도시 경험과 이미지 전달의 공간으로 진화시켰다.

울산시는 2022년 ‘행복한 연결, 울산 트램’을 주제로 한 공공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한 바 있다. 또한 울산시청 앞 버스 정류장 디자인으로 2024년 한국디자인원장 상과 2025년 공예디자인진흥원장상을 수상함으로써 울산시의 공공디자인 역량과 정류장 디자인이 도시경관과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상징성과 미래 지향성, 시민정신을 담아내는 ‘울산다운 정류장 공간’을 조성하여 차별화된 도시 자산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전략을 울산 도시철도 트램 1·2호선을 넘어, 광역철도 및 버스 시스템과 스마트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도 일관성 있게 적용한다면 혁신적인 미래 도시로의 전환에 상징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도시는 살아 있는 공공디자인의 결정체다. 울산 트램 정류장은 시민들이 울산의 정체성을 경험하고 도시의 미래를 만나는 중요한 무대다. 세계적 성공 사례를 거울삼아 예술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울산 트램 정류장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도시 브랜딩의 핵심 자원으로서 트램 정류장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유해야 한다.

울산의 미래를 여는 길목에 울산의 자부심이 될 수소 전기 트램이 있다. 트램 정류장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된 울산의 도시 이미지가 구현되고 매력 있는 도시의 얼굴이 되길 기대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