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소의 날 울산 자화상…사모펀드 손에 떠도는 향토기업

2025-11-04     경상일보

11월2일은 ‘제4회 수소의 날’로, 수소의 원소기호 H₂를 형상화한 법정기념일이다. 울산시가 2013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것을 기념해 2020년 ‘울산 수소산업의 날’을 제정한 것이 그 모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3일 서울서 주최한 ‘제4회 수소의 날 기념식’에서는 국내 수소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두산퓨얼셀과 하이리움산업이 산업포장을, 인천시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울산에서는 국내 최대의 수소 공급업체 어프로티움(옛 덕양)이 유일하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수소경제의 중심지로 불리는 울산의 현실은 마냥 밝지 않다. ‘2030 세계 최고 수소도시’를 선언한 울산이 정작 지역 기반의 핵심 기업 하나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맥쿼리자산운용은 2021년 말 울산의 수소 생산기업 덕양을 약 8000억원에 인수해 ‘어프로티움’으로 사명을 바꿨다. 인수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며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맥쿼리는 불과 4년 만인 올해 어프로티움을 매물로 내놓았다. M&A 후 단기간에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울산 지역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순이익에 육박하는 고배당 정책이 논란의 불씨다. 어프로티움은 2021년 45억원이던 배당금을 2022년 257억원, 2023년 210억원, 2024년 279억원으로 늘렸다. 순이익의 50~70%를 배당으로 지급하며 기업 성장을 외면하고 단기 현금 회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맥쿼리는 이전에도 향토기업 ‘인수 후 단기간 엑시트’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17년 울산의 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을 약 1500억원에 인수한 뒤 3년 만에 4217억원에 매각해 투자금의 2.6배를 회수했다. 국내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인수된 코엔텍은 5년 만인 올해 또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울산은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활용까지 수소산업 전주기 생태계를 모두 갖춘 ‘수소도시’다. 현대차의 수소차, SK·효성의 인프라 구축, 어프로티움의 대규모 생산망이 그 축을 이룬다. 이렇게 전략적 자산을 가진 핵심 기업이 사모펀드의 투기적 자산으로 전락한다면, 수소경제의 지속가능성은 위태로워진다.

울산이 진정한 ‘수소도시’로 거듭나려면 기술과 투자를 넘어, 산업의 뿌리가 지역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수소경제의 지속 가능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