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을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자]다양한 콘셉트에 뷰 맛집까지…시민 사랑방으로 거듭나
전북 전주시는 ‘책의 도시’로 불릴 만큼 시민들의 독서 열기가 높다. 이는 전주시내 곳곳에 크고 작은 공공도서관들이 잘 조성돼 있는데다, 각각 미술, 음악, 영화·영상, 글쓰기, 영어 등 다양한 콘셉트의 특성화 도서관으로 운영되면서 남녀노소 모든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사랑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모두의 행복한 놀이터 전주시립도서관
지난달 31일 오전 11시께 찾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평일 낮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거나 신문, 태블릿PC 등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1층에는 대출과 반납을 할 수 있는 통합안내데스크와 유아 및 어린이들의 책 놀이터, 카페 등이 자리했다. 문이 없는 개방형으로 탁 트여 시원했고, 책장 모서리도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게 곡선으로 처리하는 등 곳곳에서 세심함을 엿볼 수 있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곳은 전주 시민의 기증 도서로 만든 ‘시민의 서랑’이 조성돼 있는데, 통창으로 햇살이 비추는 계단에서 가족, 친구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2층은 ‘책의 숲’을 주제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는 열람공간으로 전주시립도서관의 메인 공간이자 ‘시그니처’와 같은 곳이다. 가운데 작은 통로는 마치 책과 서재로 둘러싸인 숲길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도서관 로비와 창가를 밝히는 한지조명도 이곳만의 특별함이다.
3층은 ‘우주로 1216’로 명명된 전주시립도서관이 자랑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우리가 주인인 트윈세대 전용공간’을 슬로건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12세에서 16세까지의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만든 곳으로 이들 연령대만 입장이 가능하다.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각자의 개성이 담긴 책 만들기에서부터 로봇, 총, 키링 만들기, 영상물 등 콘텐츠 제작, 기타 창의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날도 인근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견학을 온 학생들로 북적였다.
도서관에서 만난 정다엘(전주화산초 5년) 양은 “어른들의 제지 없이 자유롭게 놀고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만족해 했다.
최선희 전주시립도서관 주무관은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때까지가 도서관을 찾지 않고 단절되는 시기여서 이 세대를 위해 만든 공간”이라며 “매년 1월2일이 되면 그해 12세가 되는 친구들이 마치 ‘오픈런’을 하는 것처럼 아침 일찍 줄서서 찾아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주시립도서관은 1949년 개관한 전북도립도서관을 모태로 하며, 몇 차례 이전을 거쳐 2019년 3월에 현 위치에 지상 5층 연면적 4042㎡ 규모로 건립돼 문을 열었다.
◇갤러리·음악·영화 등 특성화도서관 곳곳에
전주에는 전주시립도서관을 중심으로 총 13개의 크고 작은 공공도서관들이 조성돼 있다. 이들 도서관들은 미술, 음악, 영화·영상, 영어 등 다양한 콘셉트의 특성화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금암도서관과 아중호수도서관은 최근 몇 년 새 문을 열었거나 새 단장한 도서관들로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덕진구 거북바우로에 위치한 금암도서관은 2022년 3월 재개관했다. 이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도서관 1층 로비를 갤러리로 꾸며놓았다는 것이다. 가운데 전시 벽(갤러리 월) 양쪽으로 매달 초대·공모작가의 전시를 열고 있다. 이날도 박선영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고지대에 지어져 3층 야외 옥상에서는 전주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도 특징이다.
금암도서관은 전시회뿐 아니라 시화전, 독서동아리 북큐레이션, 각종 문화행사 등을 열면서 규모가 두 배 가까이 큰 완산도서관보다 도서 대출 자료 및 대출자 수가 더 많다.
백수진 금암도서관 주무관은 “미술관 운영뿐 아니라 ‘길 위의 인문학’ ‘문화가 있는 날’ 공모사업 등을 운영하는 등 금암도서관은 책, 문화, 예술이 함께하는 공공도서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전주시 덕진구 아중호수변에 자리잡은 아중호수도서관은 올해 6월 말 개관한 가장 막내 도서관에 규모(902㎡)도 작지만, 하루 평균 방문자(1273명)가 전주시립도서관(603명)의 두 배에 이를 만큼 핫한 도서관이다. 개관 4개월 여만에 전주의 새로운 ‘핫플’로 자리매김했다.
대형 통창을 통해 아중호수가 바로 보이는 이곳은 도서관에 앉거나 누워서 호수만 바라보아도 힐링이 된다. 또 음악 특화프로그램을 운영, 곳곳에 배치된 LP 턴테이블과 CD 플레이어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도서관 안에서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와 이용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박종운 아중호수도서관 주무관은 “아중호수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은 호수를 품은 전망과 잔잔한 음악이 함께하는 분위기”라며 “전주시민뿐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많이 찾아 온다”고 설명했다. 전주 글=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