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울산 공업축제,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나아가다

2025-11-05     경상일보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울산의 하늘을 물들이는 계절이다. 공업축제가 개최된 태화강국가정원에는 시민들의 웃음이 흐르고, 공업탑에서는 축제의 출발을 함께하는 시민들의 가슴 벅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 순간, 필자는 ‘동심동행’(同心同行) 같은 마음으로 함께 걸어온 시민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의 울산이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일상이 아름다운 이 계절, 울산은 또 한 번 시민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울산공업축제를 맞이했다.

울산은 1962년 대한민국 최초의 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의 3대 주력 산업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를 견인해 왔다. 이러한 성취를 기념하고 시민과 나누기 위해 1967년 시작된 울산공업축제는 산업수도의 상징이었다. 산업화의 변화 속에서 중단되었던 축제는 2023년 35년 만에 부활하며 울산의 정체성과 시민의 자긍심을 되살렸고, 올해는 ‘최강! 울산’이라는 비전과 ‘울산이 대한민국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산업수도의 위상을 시민 속으로 되살려냈다. 지난 10월16일부터 4일간 열린 울산공업축제는 산업의 도시 울산이 ‘시민 중심의 도시’로 거듭나는 변화를 보여준 뜻깊은 시간이었다.

울산공업축제는 단순한 산업 행사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 가고 싶은 도시, 머물고 싶은 도시 울산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장이었다. 공업탑에서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이어지는 공간마다 산업의 역사와 자연의 조화, 시민의 열정이 어우러졌다. 무대 공연과 체험 행사, 전국 각지의 먹거리로 가득한 현장은 산업도시 울산이 시민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특히 ‘4대 주력산업&울산 사람들’을 주제로 한 퍼레이드는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SK, S-OIL, 고려아연 등 대표기업과 5개 구·군이 참여해 1000여명의 행렬로 펼쳐졌다. 산업수도의 저력을 시민과 함께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개막식이 열린 태화강국가정원에는 중소기업과 상공인들도 각자의 기술과 열정을 담아 부스를 꾸미고, 울산다운 콘텐츠를 선보이며 지역의 역량을 모았다. 시민들은 산업기술을 직접 체험하며 ‘산업이 곧 우리의 삶’임을 새삼 느꼈다. 대미를 장식한 울산 불꽃축제는 ‘여기가 바로 울산이다!’는 가슴속 외침 속에 도시 전체를 하나로 묶었다. 이번 축제는 산업과 문화, 시민이 어우러진 도시 혁신의 무대였다. 산업의 도시에서 문화와 감성이 공존하는 도시로 변화하는 울산의 모습을 시민이 직접 체감했다.

그러나 축제가 남긴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2030세대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획이 다소 부족했다. 청년 스타트업 전시, AI·로봇 체험관, 디지털 미래관 등이 강화된다면 공업축제는 과거의 산업 유산을 기념하는 행사를 넘어 미래산업을 시민과 함께 여는 축제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이 ‘AI 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 비전을 시민, 특히 젊은 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구현해야 한다. 울산시는 최근 ‘울산 AI 데이터센터’ 기공식과 함께 AI 수도 선포식을 열고, 선언문을 통해 △AI 기반 자율 제조 △혁신형 인재 양성 △상생 산업 생태계 조성 △세계적 AI 표준 도시 도약을 다짐했다. 언양불고기, 명품 부추, 해풍 맞은 서생배, 청정해역의 가자미 등은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울산의 대표 자산이다. 이러한 지역 자원을 활용한 메뉴 개발과 ‘울산 로컬푸드존’ 조성은 시민의 자긍심과 관광객의 호기심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산업의 도시 울산이 지역의 맛과 문화를 함께 아우른다면, 그것이야말로 울산다운 콘텐츠가 될 것이다.

필자는 울산공업축제의 비전을 ‘산업의 뿌리 위에 문화와 시민이 어우러진 도시, 미래로 향하는 울산’이라 생각한다. 시민 중심의 참여 확대와 산업·문화의 융합 강화, 로컬 콘텐츠 발굴, 지속 가능한 ESG형 운영, 청년 인재 양성은 앞으로의 핵심 과제이자 목표다. 울산공업축제는 산업의 축제를 넘어,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도시 프로젝트로 발전해야 한다. 공업의 도시에서 기술과 자연,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변화하는 울산. 공업축제는 그 변화를 상징하며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울산의 새로운 미래다. 내년에는 더 많은 세대가 함께 웃고 즐기며 ‘산업수도이자 시민의 도시 울산’의 정체성을 완성하길 기대한다.

공진혁 울산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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