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분산에너지특구 ‘유보’, 산업도시 외면한 정책 판단
울산이 ‘지산지소형’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선정에서 보류됐다. 충격 그 자체다.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주도하고, 전국 최초 분산에너지지원센터를 세워 기반을 마련한 도시가, 정작 첫 시행에서는 제외된 것이다. 입법과 실행을 선도한 울산이 정책의 혜택에서 밀려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5일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4곳을 확정했다. 제주와 전남, 부산 강서구, 경기 의왕시는 선정됐지만, 울산과 포항, 충남은 ‘보류’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탈락이 아닌 보류라고 했지만, 이미 전력 자급 기반을 갖춘 울산 입장에서는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제외와 다름없다. 지역사회가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분산에너지 특화구역 지정에서 태양광·풍력·ESS 등 재생에너지 중심 모델을 우선시했다.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방향을 고려한 선택이지만, 이는 산업단지 중심 도시인 울산의 구조적 특성을 외면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울산은 미포국가산단을 중심으로 LNG 열병합발전과 스마트에너지 플랫폼을 결합한 도심형 분산시스템을 구축하며,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모델을 제시해왔다. LNG 기반 울산 모델은 기존 석탄발전에 비해 친환경적이며, 실증성과 효율성에서도 앞선다. 그럼에도 ‘화석연료’라는 단편적 기준만으로 배제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스스로 흔드는 결정이다.
울산이 역점을 두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수소 기반 스마트산단 조성 사업은 대규모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에너지 인프라가 필수다. 분산특구 지정이 미뤄질 경우 기업 투자 일정과 입지 전략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의 협력, 에너지 다소비형 첨단 산업 유치전에서 울산이 한발 밀릴 가능성도 커졌다.
아직 울산에게 희망은 남아 있다. 정부가 12월 차기 위원회에서 재심의를 예고한 만큼, 울산은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 LNG 중심의 체계를 유지하되, 태양광과 수소, ESS 등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충하고, 산업단지별 에너지 순환 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분산에너지가 전력 분산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정책 논리로 풀어내야 한다.
분산에너지특구는 미래 에너지정책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전략지대다. 울산은 그 설계를 주도해온 도시다. 이번 보류를 오히려 체계를 정비하고 기술 기반을 고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