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폐배터리 회수 생태계 구축 시급
울산과 경상남도는 오랜 세월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자동차, 조선, 기계 산업은 여전히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며 국가 성장의 엔진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지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와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 흐름 속에서 전기차 보급이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확대는 단순히 동력원의 변화를 넘어, 사용 후 배터리를 어떻게 회수하고 재활용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2025년 현재 울산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1만1000여 대로 지난해보다 13% 이상 증가했다. 전국 주요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경남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5만4000여 대를 넘어섰고, 친환경차 전체는 이미 22만 대를 돌파했다. 불과 몇 해 전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2018년과 비교할 때 울산과 경남의 전기차 등록은 8배 이상 늘었으며, 연평균 4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울산·경남 지역 차량의 30% 이상이 전기차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에서만 17만대, 경남에서 약 25만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게 되는 셈이다. 이는 매년 수천 톤에 달하는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임을 의미한다. 대비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기회가 아니라 심각한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울산·경남이 폐배터리 회수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산업 구조적 측면에서 자동차와 부품 산업의 비중이 높은 이 지역은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배터리 분해, 소재 회수, 재제조 등은 기존의 정밀 제조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망한 산업이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폐배터리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잘못 처리될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겪었던 울산이 에코폴리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안전한 회수 체계가 필수적이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2030년까지 울산·경남에서만 연간 5000t 이상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1000억 원 이상의 자원 가치와 2000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산업 전환 측면에서 조선과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기존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대안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따라서 울산과 경남은 구체적 대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울산 산학융합지구나 창원국가산단 등 기존 산업 기반을 활용해 배터리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자체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같은 대기업, 배터리 제조사, 재활용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공공-민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생산에서 사용, 성능 저하, 회수,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로 추적할 수 있는 배터리 이력관리 시스템도 시급히 마련해야 하며, 울산대학교, UNIST, 경남대학교 등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결론은 명확하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이미 눈앞의 현실이고, 폐배터리 문제는 지역 사회와 시민이 곧 직면할 심각한 도전이다. 따라서 울산시는 가능한 조속히 폐배터리 회수 시스템 구축을 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 문제는 단순한 환경관리 차원이 아니라 자원 순환, 신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지역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울산시는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울산은 기회를 잃고 부담만 떠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결단한다면, 울산은 전기차 생산뿐 아니라 폐배터리 순환경제까지 선도하는 대한민국 친환경 산업수도로 거듭날 수 있다.
울산시가 하루빨리 정책적 결단을 내려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울산이 전기차 시대의 진정한 주역이 되려면, 지금 당장 폐배터리 회수 시스템 및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울산의 미래를 지키는 하나의 중요한 산업 분야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장길상 울산대학교 경영경제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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