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8)봄인 듯 겨울인 듯-유곡공원

2025-11-06     경상일보

세월을 떨어뜨린 가시나무 몇 그루
방금 막 떨어진 듯 흔적이 싱싱하다
새로 단 옹골찬 꿈들 또록하고 건강하다

햇살을 부여잡고 성장통 이겨내니
흠 없고 개성 있어 보는 재미 푸짐하다
마음껏 펼친 옷자락 눈부시고 화기롭다

유곡동에 있는 이 공원의 주변은 상가이다. 그래서인지 오전 10시인데도 음식 냄새가 공원 내에도 감돈다. 7호 어린이공원인 이곳의 나무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어린이공원답게 놀이기구들이 안정적으로 설치돼 있다. 이 공원의 주인공들은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지금은 만날 수가 없다.

나는 가시나무가 빙 둘러선 공원 옆에 차를 주차했다. 지금은 한창 봄인데도 낙엽들이 도로와 공원에 쌓여 있다. 금방 떨어진 것처럼 바스러지지 않고 온전하다. 잎이 두꺼운 가시나무 낙엽들의 특성이다. 여기 공원 안내도에는 운동기구가 있는 곳이라는 말로 통칭하지 않고 기구 이름을 일일이 나열해 놓았다. 그만큼 범례에 쓸 내용이 빈약해서일 것 같기도 하다. 톨링웨이스트·체어웨이트·스텝싸이클·풀웨이트·트윈바디실업, 이렇듯 다섯 이름이 포함됐다.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인 노합놀이대·그네·흔들놀이대와 모두의 쉼터인 파고라가 설치돼 있다. 벤치에는 누가 버린 쓰레기들이 몇 개 있다. 여기는 나무들이 자라는 대로 그대로 두어서 많은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전지를 했다면 모두 일률적인 모습으로 서 있었을 것이다. 오래전에 생긴 공원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가시나무 밑에 서서 낙엽을 밟으니 쿠션을 밟는 기분이다. 누가 보지 않는다면 한 번 그 위를 구르고 싶다. 나무의 잎이 두껍고 강하기에 생명이 다했는데도 잘 바스러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모두 건강하고 강하라는 의미로 심은 건 아닌지를 생각해 본다. 감나무와 매실나무도 보인다. 감이 열리면 아이들은 감을 하나 따고 싶어 손을 내밀 것이다.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를 보고 좋아할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상가가 에워싸고 있는 이 공원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 것 같다. 모두 바쁜 시간이어서 지금은 공원을 찾는 사람이 없다. 약간 쓸쓸하게 보이는 공원이지만 밤이면 영업을 끝내고 이곳에서 이웃끼리 정담을 나눌지도 모른다.

한가한 시간이 되면 인근 사람들이 홍가시나무의 붉은 잎을 만지며 이 공원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것이다. 나무가 자라는 대로 그대로 수형을 인정해 주는 유곡공원이 정답다.

박서정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