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역사 집대성…‘능에 길을 묻다’
2025-11-06 차형석 기자
이 사진집은 서진길 고문이 10여년간 경주 왕릉을 다니며 촬영한 사진들로, 신라왕 56위의 능 가운데 현존하는 37기와 존재하지 않는 19기, 고분군을 촬영한 사진이 망라됐다. 각 사진작품 마다 왕릉 및 왕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약 20년 전부터 이 사진집을 구상했다. 오래전부터 능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2010년 즈음부터 카메라를 들고 왕릉을 1기당 최소 3차례 이상 다니며 촬영했다. 때론 작품을 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 울산의 무용수나 차인연합회 회원 등 지인들도 함께 데리고 가는 등 공을 들였다.
서 고문은 “능은 나라의 국방정책과 외교정책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늘날 현실과 다를 바 없는 나라의 위기상황에서도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모습도 보여준다”며 “또 능을 통해서 평등사상과 태평성대를 이루어낸 것도 볼 수 있으며, 찬란한 신라 천 년의 역사가 막을 내리는 것도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왕릉을 통해 경주와 울산과의 깊은 연관성을 고찰해 보고자 했다.
서 고문은 “경주 왕릉 사진집을 준비하면서 울산을 더 자세히 알게 됐다”며 “예를 들어 헌강왕은 처용과 망해사, 효공왕은 계변천신 설화, 눌지왕은 박제상과 치술령 망부석 설화, 법흥왕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경순왕과 문수동자 설화 및 삼호 지명 등 경주와 울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라고 설명했다.
고 김병길(언론인) 씨는 생전 평론을 통해 “‘능(陵)에 길을 묻다’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필생의 작업으로 자리매김했디”며 “사라진 역사가 빛의 각도와 시각에 따라 되살아난 흔적이 사진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라고 평했다.
그의 사진집은 울산의 격변기 기록과 정체성을 살린 ‘우리 사는 땅’(1988년)을 시작으로 경주 남산의 역사문화 유적을 새로운 영상미학으로 재탄생 시킨 ‘숨결’(2006년) ‘사진으로 보는 울산 100년’(2009년) ‘반구대 암각화, 대곡천 삶의 흔적’(2020년) ‘울산 근대화의 젖줄, 태화강’(2022년) 등 주제를 정해 이어져 오고 있다.
그는 이번 ‘능(陵)에 길을 묻다’에 이어 마지막으로 울산의 ‘차(茶) 문화’를 주제로 한 사진집을 구상하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