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선해운업 AI전환, 울산이 국가 제조혁신 선도하길

2025-11-07     경상일보

울산이 6일 ‘조선해운산업 인공지능(AI) 기반 대전환’ 비전을 선포했다. 지난 8월 ‘대한민국 AI수도’를 선언하며 주력산업 전반의 인공지능화를 추진해 온 울산시가, 이번에는 조선해운 분야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산업수도 울산이 ‘AI 제조혁신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 비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산업정책 기조와 맞물린다. 대통령은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대전환을 신속히 이루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의 비전은 이러한 국가 전략의 지역 실현판이자, 지방정부가 중앙정책의 방향성과 보조를 맞춘 사례로 평가된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이 제시한 핵심 목표는 ‘선박통합데이터센터 기반 AX 산업 활성화’다. 구체적으로 △선박 데이터 생태계를 활용한 탄소 저감 실현 △디지털 교육 인프라를 통한 핵심인력 양성 △소프트웨어 중심 초격차 기술을 적용한 선박 실증 등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전통적인 조선 기술을 데이터와 인공지능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울산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디지털 중심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 솔루션 개발 및 확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동구 고늘지구 연구단지를 거점으로 AI 기반 중량화물 이동체 물류플랫폼 실증과 완전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2단계) 예타면제도 병행하고 있다. 산·학·연·관이 결합된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실증과 산업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행 기반은 이미 마련되고 있다.

다만 비전 실현을 위해선 과제가 뒤따른다. 첫째, 조선·해운 현장에 AI와 데이터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표준화된 데이터 인프라와 보안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둘째, 숙련 인력을 디지털 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교육·훈련 인프라가 지역 단위에서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과 제도 연계가 필요하다. 정부의 6조원 규모 AI 전환 예산이 울산의 전략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산업 전환의 성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

울산이 제조업 중심 도시에서 AI 혁신 도시로 성공적으로 전환한다면, 이는 한국 제조업 전체의 재도약 모델이 될 것이다. 정부는 울산 제조업의 AI 대전환을 국가산업 전환의 선도 모델로 육성해야 하며, 울산은 그 현장에서 ‘AI 기반 조선강국’의 미래를 실증해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