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117)]‘당연하다’의 오류

2025-11-07     경상일보

‘당연하다’라는 말은 ‘마땅히 그러하다’라는 뜻이다. ‘마땅히 그러하다’라는 것은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또는 이치로 보아 그렇게 되어야 옳다’는 뜻이다. 우리는 흔히 주장을 펼칠 때 당연하다는 말을 자주 쓴다. ‘당연하다’라는 말로 주장의 당위성을 내세움으로써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려는 의도이다. 주장은 단지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생각으로써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는 것이다.

설득을 위해서는 주장은 논리로 전개돼야 하고 구체적인 근거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논리나 근거 없이 ‘당연하다’라고만 하는 것은 주장의 오류이다. 오류는 논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저지르게 되는 잘못된 추리이다. 논리는 말이나 글에서 사고나 추리 따위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는 과정이나 원리이며, 바른 판단과 인식을 얻기 위한 올바른 사유의 형식과 법칙이다.

‘당연하다’는 말로 자신의 주장에 동의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 중 일부는 동의를 강요하기도 한다. 무엇이 당연하다는 것인지 물으면 오히려 당연한 일인데 왜 자꾸 따지냐고 화내기도 한다. 문제는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주장에 쉽게 동의하거나 설득당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주장이 진실로 당연한 일인지 따져보지 않으면 ‘당연하다’의 오류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심각한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요즘 여기저기 정책 세미나가 많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주장들을 보면, 장밋빛 청사진이 많다. 사람들은 주장을 한 사람들이 교수 등 전문가들이어서 대체로 잘 믿는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현 가능성이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그 주장은 허황된 것이며 혹세무민하는 것이다. 정책 세미나를 주최한 사람이나 정책 세미나에서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심보다는 이익을 따른 것이니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주장을 검증 없이 믿고 따르는 사람들도 문제다. 검증은 논리와 근거로 이루어진다. 당연하다는 식의 주장, 논리와 근거를 따지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 이제는 자신을 돌아보고 고쳐야 할 때이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