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75)

2025-11-07     차형석 기자

“장군을 장군이라고 부르는 게 잘못인가? 참, 장군이 아니라 관직을 제수 받았으니 이제는 봉사라고 불러야겠군. 아니 그런가. 양 봉사.”

“저를 놀리는 게 그리도 재미있으십니까?”

“재미있기도 하지만 관직을 제수 받았던 사람은 관직을 불러주는 게 마땅하기에 그렇게 불러본 것이네. 자네도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거야.”

“그냥 천동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건 아니 될 말일세. 이제 자네는 예전의 자네가 아니야. 그러니 받아들이게.”

“그렇기는 하지만 아직 너무 어색합니다.”

“한양에 다녀왔다면서? 먼발치에서라도 익호장군을 뵈었는가?”

“장군이 갇혀 있었던 의금부 옥에 가서 장군을 뵈었습니다.”

“조정 대신들의 면회도 안 되던 곳에 자네가 다녀왔다고? 하긴 자네라면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 그래 장군에게 무슨 말을 했는가?”

“….”

“내가 괜한 질문을 했나 보군.”

“장군, 전보다 의병군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어찌된 것입니까?”

“의병군을 관군에 편입시키라는 조정의 지시도 있었고, 강화회담 중이라서 농사를 짓게 하려고 집으로 돌려보냈네.”

“이렇게 관군에 편입시키지 않고 계속해서 의병군을 보유하시면 한양에 계신 주상의 의심을 살 터인데, 두렵지 않으십니까?”

“죽음이 두려우면 의병장으로 나서지도 않았겠지.”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 주상과 권신들에게 역적으로 몰리는 게 두렵지 않으시냐는 것입니다.”

“이 천사장 이눌이가 역적이라….”

“김덕령 장군을 옥사시킨 지금의 주상과 권신들이라면 능히 그러지 않겠습니까?”

“그런가?”

천동은 잠시 얘기를 중단하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불쑥 말을 던졌다.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다른 거 하나 여쭙겠습니다. 대구의 팔공산 상암에서 지난 9월15일(음력)에 왜적 토벌을 결의하는 회맹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대장군께서도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33인 중에 유일하게 장군만 서명하지 않으신 겁니까? 각 지역과 문중을 대표하는 분들이 참석했으며 울산의 서인충 장군도 참석하셔서 서명을 하셨다는데 왜 유독 장군만 빠지셨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동안의 전공도 미미하고 해서 그냥 참석만 한 것이네.”

이눌 장군은 시큰둥한 얼굴로 건성건성 대답했다.

“장계를 안 올려서 그렇지 대장군의 전공을 일일이 따지면 아마 열 번째는 능히 될 터인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양 봉사, 그만하시게.”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