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타워는 왜 무너졌나]구조물 절단과정 불균형 추정…안전설비 여부 관건
철거를 앞둔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폭삭 주저앉으며 일터는 순식간에 대형 참사 현장이 됐다. 보일러 타워는 왜 무너졌을까.
관련 업계에서는 뼈가 약해지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되는 것처럼 50년 가까이 버텨온 보일러 타워 기둥도 순식간에 균형을 잃을 만큼 취약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내 보일러 타워는 1981년 준공 후 44년 동안 스팀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다가 2021년부터 사용 중지됐다.
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작업 과정에서 안전을 위한 사전 조치가 미흡했을 것이라고 본다.
사고는 작업자들이 취약화 작업을 하던 중 났다. 이 작업은 동서발전이 해체 공사를 발주해 HJ중공업이 시행사를 맡고 발파업체인 코리아카코가 하도급 받아 지난달부터 해왔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5호기 보일러 타워 25m 높이에서 구조물 일부를 절단하고 있었다. 철거를 위해 발파하기 전 구조물이 쉽게 무너지도록 하기 위해 지지대 역할을 하는 철재 등을 미리 잘라놓는 중이었다.
이때 구조물 하중을 분산하는 작업이 미리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흔들렸을 가능성을 있다고 업계는 본다. 25m 구간 취약화 과정에서 구조 균형 유지가 실패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다.
대형 구조물인 보일러 타워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와이어, 지지대 등 안전 설비가 설치돼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보일러 타워는 건축물인 아닌 ‘공작물’로 분류돼 해제 과정에서 지자체의 관리·감독망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 허점으로 꼽힌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안전관리계획서만 갖춰지면 지자체 심의·허가 없이 철거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감리도 필요없다.
이런 상황에서 규정 미비나 작업 계획상 실수가 있었고 결국 보일러 타워가 한순간에 붕괴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박현철 한국안전연구원장·울산대 겸임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안전불감증 때문에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 최고경영자부터 관리감독자, 작업자, 안전팀의 4중 안전벽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결과”라며 “현장에서 법규 준수 미흡이나 원하청 상호 감시 부족 등이 있었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담수사팀을 꾸린 검경은 사고 원인 등을 위한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울산지방검찰청은 중대재해 수사 관련 전문성을 보유한 검사와 수사관 등 10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전담수사팀은 “고용노동부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 신속·엄정하게 수사하겠다. 유족 등 피해자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경찰관 70여명으로 구성된 울산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염두에 두고, 보일러 타워 철거 작업을 맡았던 원하청 계약 관계, 작업 내용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공동본부장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적극 추진해 철저히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