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 붕괴 참사 닷새째, 안전한 수습 위해 양쪽 타워(4·6호기) 우선 해체한다

2025-11-10     이다예 기자

아침밥 먹고 나간 아빠, 남편, 형, 삼촌이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나선 일터는 하루아침에 9명의 사상·실종자를 낸 대형 참사 현장이 됐다.

지난 6일 발생한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로 현장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됐다. 매몰자 가운데 3명의 시신은 간신히 수습됐지만, 나머지 사망 추정 2명·실종 2명은 아직 무거운 철근과 날카로운 쇠붙이 잔해 속에 매몰돼 있다. 사고 발생 나흘째인 9일 드론도, 구조견도, 열화상감지기도 실종자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밤 사이 강풍과 비가 내린 현장은 더 참혹해지며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현장에는 가족들의 흐느낌과 구조대원들의 긴박한 무전, 중장비가 시동을 껐다 켜는 소리만 이어지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보일러 타워 5호기 양쪽에 위치한 4·6호기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매몰 지점조차 확인되지 않는 실종자 등을 조속히 수습하고, 추가 붕괴 위험에 따른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4·6호기 해체 시 구조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해체는 전문가 안전 진단을 거쳐 사전 취약화 작업을 하고, 폭약을 설치·발파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취약화 작업은 대형 타워 철거 시 한 번에 쉽게 무너질 수 있도록 기둥과 철골 구조물 등을 미리 잘라놓는 공정으로, 이날 오후부터 본격화했다. 다만 이전처럼 인력이 구조물 안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고, 고소작업차를 이용해 외부에서 기둥 등을 절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4호기는 100% 완료됐고 6호기는 약 75% 진행됐다. 무너진 5호기는 작업이 90%가량 진행된 상태였다.

이르면 오는 11일로 예정된 4·6호기 발파는 ‘지향성 발파’로 진행한다. 5호기 쪽으로 최대한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발파 충격에 따른 2차 사고를 막고자 LNG 배관을 비우는 ‘퍼징 작업’도 한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부터 혼신의 힘을 다해 수색해왔다. 그러나 현장은 철근과 대형 H빔 등이 미로처럼 뒤섞여 있어 폭격을 맞은 모습인데다 추가 붕괴 위험 우려까지 커 난항을 겪었다. 실제 8일 오후 보일러 타워의 기울기 센서에서 경보가 울리며 수색은 한때 중단됐다. 5호기 인근을 최대한 밝게 비추고 있던 조명들도 철수되면서 현장은 이날 일출 전까지 암흑천지였다. 수색·구조 작업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재개됐는데, 이때 사고 당일 구조물에 팔이 낀 채로 발견된 김모(44)씨가 사망 판정을 받은 지 약 54시간 만에 수습됐다. 당시 유일하게 구조대원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매몰자였던 김씨는 심폐소생술까지 했지만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구조 인력은 이날 오후 중 취약화 작업 돌입으로 다시 모두 빠졌다. 다만 드론 수색은 벌이고 있다. 울산소방본부는 “구조대원 현장 진입 수색을 대체하기 위해 드론 4대와 드론운용차 1대를 배치해 수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울산화력발전소 내 보일러 타워는 1981년 준공돼 벙커C유로 생산한 스팀으로 터빈을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다. 노후화로 2021년부터 사용 중지됐고, 철거를 위해 지난달부터 취약화 작업 등 해체공사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한국동서발전이 발주한 공사는 HJ중공업이 시행사를 맡아 발파업체 코리아카코에 하도급을 줬다. 사상·실종자 9명 모두 코리아카코 소속이며 1명만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계약직이다.

전담수사팀을 꾸린 고용노동부와 검경은 발주처 등을 상대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8일 사고 현장과 빈소 등을 방문해 “현재는 인명 구조와 피해자 지원이 최우선이지만, 향후 제도 보완과 현장 중심의 관리체계를 신중히 마련해 이번과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하면서 구조와 지원을 신속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