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호 칼럼]노동수명을 늘리자
2021년 통계청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80.6년, 여자 86.6년, 건강수명은 남자 68.3년, 여자 72.5년이었다. 건강수명이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활동하지 못하는 기간을 제외한 건강한 상태로 살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한편 노동수명은 현재의 노동시장 여건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하며, 건강해야 일할 수 있고 질병이나 부상으로 노동하지 못하게 되면 노동수명이 끝나는 것이므로 노동수명과 건강수명은 거의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최근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의 한국인 평균퇴직연령은 약 49세 수준이며, 재취업 후 최종 평균 은퇴연령은 근로하는 고령층의 증가로 2023년에는 약 72.3세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층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2025년 기준 약 86만원)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상당수가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계속 일자리를 찾아 일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까지 세계적 그리고 국내 연구결과에 의하면, 노동수명을 줄이는 주요 질병은 뇌졸중 및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뇌혈관질환’과 근육통 및 관절염 등의 ‘근골격계질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뇌졸중·심근경색증에 의한 조기 사망 또는 영구기능장해로 인해 또는 상/하지 근육통 및 관절통 또는 만성요통 등 만성 근골격계질환에 인해 노동능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따라서 오래 노동현장에 남아 건강도 지키고 경제활동을 지속하려면 평소 심뇌혈관건강 및 근골격계건강을 잘 지켜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노동수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위 두 가지 질환의 예방이 중요하다. 심뇌혈관질환은 개인건강행위요인(신체활동부족, 나쁜 식습관 및 영양, 흡연 및 음주와 같은 불건강한 습관 등)이 주요 발병위험요인이다. 심뇌혈관질환은 거의 예외 없이 건강하지 못한 여러 생활습관에서 비롯해 복부비만 고혈압, 당뇨를 거쳐 합병증으로서 심뇌혈관질환이 발병하는 것이므로 그 예방의 시작은 생활습관 개선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번이라도 혈압과 혈당을 측정해 자신의 혈압수치와 혈당수치를 제대로 인지하고 고혈압, 당뇨로 진행하지 않게 스스로 자신의 생활습관을 바꾸기 위한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울산시민건강연구원에서 ‘자가건강관리기법’이라 명칭)이 보다 현실적인 시작점이다. 스스로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쳐나간다면 심뇌혈관질환은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설사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라도, 자신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을 병행하면 질병관리가 더 잘되게 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약물치료가 필요 없게 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일과 관련돼 생기는 만성 근골격계질환인데 잘못된 작업자세 및 작업동작이 주요 발병위험요인이다. 잘못된 작업자세 및 작업동작을 작업환경이나 작업에서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또 작업환경 개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는데, 작업부담이 신체에 누적되지 않도록 자주 쓰는 근육에 대해 작업 중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을 하고, 작업이 끝난 후 여유시간에 근력강화운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근육통 관절통이 있는 작업자들이 많이 아플 때만 침, 약물 또는 주사로 해결하고 일을 계속하다 재발하는 것이 흔한 현실이다. 스트레칭과 근력강화운동은 일과 관련된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요약하면, 노동수명 손실을 초래하는 주요 건강문제는 심뇌혈관질환과 근골격계질환이므로, 이들 질환의 발병 위험요인인 생활습관·작업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것이 노동수명을 연장하는 데 핵심적이며, 근로자 스스로가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자가건강관리기법이 중요하다.
(사)울산시민건강연구원에서는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심뇌혈관질환과 근골격계질환의 예방을 위한 자가건강관리 활동을 확산시켜, 지역 노동자들이 노동능력을 잘 유지해 오래 일터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돕는 활동에 역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홈페이지(ulsanhealth.or.kr)에는 ‘노동수명 줄이는 만성퇴행성질환’에 대한 동영상 등 더욱 자세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라며, 뜻있는 분들이나 단체, 더 나아가 지자체가 이런 활동에 동참하기를 희망한다.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사)울산시민건강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