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만들어낸 신비로운 만화 속 장면
2025-11-11 차형석 기자
이번 전시는 어린 시절의 애니메이션 기억과 최신 기술이 만나는 시각 실험이다. 여승탁 작가는 기획부터 제작, 설치까지 전 과정을 혼자 했다.
작품들은 1985~1997년 일본 레트로 일러스트·애니메이션의 색감과 구도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에반게리온(안노 히데아키), 총몽(기시로 유키토), 그리고 작가에게 ‘인생 만화’로 남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의 정서를 참고해, 실제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가상의 장면들을 AI(인공지능)와 함께 생성·편집했다.
전시 제목 ‘Art is dead’는 마릴린 맨슨의 ‘Rock Is Dead’에서 착안했다.
작가는 작가 이름과 이야기만으로 과도하게 소비되는 기존 미술에 대한 비판과 함께, AI를 배척하기보다 창작 도구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제안한다.
AI 결과물 역시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시 전반에 담았다.
작가는 평소 낮에 뜬 달의 신비로운 느낌을 좋아하며, 작품 속 여러 장면에 낮의 달을 배치했다.
이는 기술 발전과 기후 변화로 인해 인류가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지면에서 멀어지고 달에 가까워지는 상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여 작가는 “이번 전시는 복잡한 서사 대신, 레트로 감성·낮의 달·도시와 기계 구조물,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진 순수한 시각·청각적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를 계기로 개별 작품보다 ‘전시’라는 형식 자체에 집중하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