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의 날’에 돌아본 울산지역 거리 현주소...배려는 없었다…말뿐인 ‘보행 친화도시’
2025-11-11 신동섭 기자
11월11일, ‘빼빼로데이’로 잘 알려진 이날은 걷기의 중요성과 보행자 안전을 확산하기 위한 ‘보행자의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울산의 도로 위 풍경은 ‘보행자 무관심의 날’에 가까웠다. 시행된 지 3년이 지난 우회전 일시 정지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인도와 횡단보도는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뒤덮였다. 게다가 ‘보행 친화도시’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횡단보도를 앞에서 기다리는 보행자들을 무시하는 운전자들이 부지기수였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배려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주말 울주군 구영리 식당가 주변 인도는 불법 주차한 차들로 몸살을 앓았다. 멀지 않은 거리에 경찰서가 있음에도 인도 곳곳을 점령한 불법주차 차량으로 인해 시민들은 수시로 차도를 통해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문제는 도심 안에서도 비일비재했다. 지난 9일 중구 성남동에서는 시민들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섰지만, 차들은 이를 무시하고 지나가기만 했다.
신호등이 설치된 인근 횡단보도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결국 한 노인이 용기를 내 지나가자, 모두가 노인을 따라 길을 건넜다. 특히 보행자가 건너는 도중에도 차들이 보행자 사이를 비집고 우회전을 시도하는 광경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남구 무거동에서는 불법주차가 ‘일상’이었다. 횡단보도 위조차 불법주정차를 피할 수 없었고, 밀려난 보행자들은 도로를 가로질렀다. 유모차를 밀던 한 여성은 “이게 인도인지 주차장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복수(67)씨는 “요즘 우리 사회에 배려라는 단어가 없는 것 같다”며 “다들 자기 일이 바쁘다고, 자기 일이 먼저라고 생각하며 배려하지 않는다. 이런 작은 일들이 쌓여 사회가 단절되고 경직돼 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런 현실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울산의 보행자 교통사고는 지난 5년간 매해 700건 이상 발생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16명에서 26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고령 보행자 사고는 3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242건에 달했다.
이런 현실에 경찰도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무단횡단 다발 구간 순찰 강화 △보행 시간 연장 및 신호체계 조정 △야간 조명 설치 확대 등 안전활동을 벌이고 있다. 행정 당국도 안전시설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와 단속만으로는 ‘배려 없는 문화’ 앞에선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와 다르게 이제는 시설물 부족으로 인해 사고가 나기보다는 교통신호를 어겨 나는 사고가 많다”며 “교통신호 준수는 운전자, 보행자 모두가 지켜야 하는 의무이자 배려”라고 말했다.
글·사진=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