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0대 기업 자산대비 수익성 20년새 ‘반토막’

2025-11-11     서정혜 기자
국내 매출 1000대 기업의 자산 대비 수익성이 2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수익성이 줄면 장기적으로 신규 설비,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재투자가 줄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성장과 수익을 기반으로 기업 지원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매출액 1000대 기업의 20년 수익성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기준 상위 1000개 기업의 수익성 추이를 분석한 결과, 총자산영업이익률이 2004년 4.2%에서 2024년 2.2%로 하락했다.

총자산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지표로,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냈는지를 나타낸다. 2004년에는 자산 1억원으로 420만원의 수익을 냈지만, 2024년에는 같은 자산으로 220만원의 수익밖에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에 보고서에서는 기업 지원 정책의 실 효과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지환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기업의 채산성이 큰 폭으로 악화한 만큼 그간의 지원 정책이 기업의 성장 역량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계 기업 보호 정책이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고착시킬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생태계에서 한계 기업이 10%p 늘면 정상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성장성)과 총자산영업이익률(수익성)은 각각 2.04%p, 0.51%p 하락한다.

곽관훈 중견기업학회 회장은 “총자산영업이익률의 하락은 기업이 저수익·저투자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경고 신호다”며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신규 설비, R&D 등에 대한 재투자가 줄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상의는 기업의 수익성을 반전시켜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기업 규모와 상관 없이 성장과 수익을 이뤄내는 기업에 리워드(보상)를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 상장사 중 총자산영업이익률 상위 100개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다면 단순 계산해 봐도 5조4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데, 이는 2024년 국내 GDP(국내총생산)의 0.24%에 달하는 수치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수익이 줄어드는 기업을 보호하기보다는 수익이 늘어나는 기업을 장려하는 것이 성장률을 제고하는 길이다”며 “기업이 계단식 규제 때문에 스스로 성장을 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선택하는 모순이 사라질 수 있도록 기업 성장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