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77)

2025-11-12     차형석 기자

“삼으로 만든 가는 끈의 양쪽에 방울을 달고 낮에는 발길에 채이지 않도록 길 쪽으로는 눈에 잘 안 보이는 얕은 도랑을 파서 그곳에 늘어놓고, 어둑어둑해지면 줄을 당겨 놓으면 됩니다. 그런 것을 열 보당 하나씩 만들고, 산 쪽으로 올라올지도 모르는 적병을 대비해서 그곳에도 설치해 놓으면 적의 침입을 사전에 알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이야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리 간단한 것을 내가 왜 걱정을 했지?”

“대장군도 아시면서 확인해 보시려고 그런 것 아니신지요?”

“그럴 리가 있나. 이래서 내게는 자네가 필요해.”

“저를 이곳에 붙들어 놓으시려고 그러는 것 다 압니다.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겨울이고 해서 잠시 쉬어볼까 생각 중이었습니다. 제가 감사드려야지요. 그동안 좀 무료했었는데 간만에 몸 좀 풀게 되겠네요.”

“적의 동태를 보니 오늘 밤에는 기습할 시간이 없을 것 같으니 안심하고 술이나 들자고.”

“참, 장군께서도 통제사처럼 진중일기를 쓰시는 것 같다고 부장들이 얘기하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냥 무료해서 심심풀이로 적어보는 것이니 더 이상 묻지 말게.”

분명히 무슨 연유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장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 같아서 더는 묻지 않았다. 천동은 그동안 자신이 훈련시킨 부지깽이와 먹쇠를 장군에게 소개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되자, 군막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둘을 불렀다.

“장군께 인사드릴 사람이 있어서 데리고 왔습니다.”

“누구신가?”

두 사람은 바닥에 엎드려서 큰절을 올렸다.

“장군님! 소인은 송내에 사는 강목(부지깽이)이고 옆에 있는 동무는 대식(먹쇠)이라고 하옵니다. 상놈들이 장군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양 봉사의 동무들이라고?”

“어렸을 적에는 동무였지만 지금은 아니옵니다. 봉사 나리와 상놈이 어떻게 동무가 되겠습니까?”

“그렇지는 않아. 비록 신분의 차이가 있더라도 동무가 될 수는 있지. 물론 옛날처럼 이놈 저놈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동무는 동무인 게야.”

“아니옵니다. 절대 아니옵니다.”

강목(부지깽이)과 대식(먹쇠)은 혹시라도 이눌 장군에게서 불호령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며 극구 부인했다. 천동은 두 동무에 대해서 비교적 세세히 장군에게 고했다. 자신이 두 사람을 몇 달 동안 혹독하게 훈련시켜서 무과에 급제한 초급무관 수준의 검술을 익혔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눌 장군은 흥미를 느껴서 자신의 휘하에 있는 자 중에서 제일 검을 잘 쓰는 모화출신의 박무현과 대련을 시켰다.

강목과 박무현은 목검으로 대련했다. 처음에는 실전경험이 풍부한 무현이 우세하였으나 점차 강목이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