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제 동맥, 중소기업을 살려라]중기 정책 ‘생존형→성장형’ 지원으로 전환 시급
2025-11-12 오상민 기자
◇흑자보다 생존이 목표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울산 지역에는 14만4111개의 중소기업이 영업 중이며 36만3147명이 근무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18.9%) △숙박·음식점업(12.7%) △제조업(10.3%) △건설업(6.5%) △부동산업(6.6%) △운수업(4.1%) 순이다. 서비스·유통업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매출 대부분은 중소 제조업체에서 발생한다.
주목할 부분은 기업활력 수준을 가늠하는 ‘소멸기업’과 ‘기업 생존율’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신생기업은 1만5274개로 전년 대비 8.5% 감소한 반면, 소멸기업은 1만4580개로 소폭 증가했다. 신생기업 수는 줄고 문을 닫는 기업은 늘어나면서, 울산의 기업 순증 규모는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울산의 신생기업 7년 생존율은 25.5%로, 전국 평균(28.2%)을 밑돌며 17개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1년 차 생존율은 63.6%, 3년 차는 43.3%, 5년 차는 33.8%로 절반 이상이 3년을 넘기지 못한다. 통계적으로 ‘창업기업 절반은 3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현실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이러한 낮은 생존율의 근본 원인으로 시장성 부족과 자금·입지 제약을 꼽는 시각도 있다. 창업 이후 제품이 일정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일정 수준을 넘어 확장하려 할 때는 공간과 자금의 벽에 막힌다. 즉 ‘버티는 기업’은 남지만, ‘성장하는 기업’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울산의 중소 제조업체 상당수는 창업지원센터나 공공임대시설을 임대해 사용하지만, 계약기간이 짧고 부지가 협소해 확장에 제약이 많은게 사실이다.
한 제조업체 대표는 “최근 설비를 늘릴 계획을 세우고 공장 부지를 물색해도 마땅한 부지가 없고, 산단 분양가는 너무 높게 책정돼 있다”며 “임대산단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생존기업 중 상당수도 ‘흑자보다 생존이 목표’라고 토로한다.
내수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부담으로 유동성이 마르고, 판로마저 막히면서 중소기업 현장은 그야말로 아우성이다.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지역 법인파산은 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도 6건, 2023년에는 17건이었다. 개인파산은 감소했지만 법인파산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는 법인 회생신청이 부산지방법원에서도 가능해지면서, 실제 회생 절차를 밟는 울산 기업은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구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최근 금전난과 인력 문제를 버티지 못해 결국 문을 닫기도 했다.
이 업체 대표는 “조업이 줄면서 잔업이 사라졌고, 임금이 절반 가까이 줄어 그나마 외국인 인력으로 공장 가동을 유지했었다”며 “결국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직원들이 하나둘 떠났고 결국 회사도 버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막상 공장을 정리하려 해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부지를 팔려고 해도 사려는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흉물로 남게됐다.
이호상 울산대학교 기술창업지원센터장은 “창업기업의 ‘데스밸리’(Death Valley)’는 보통 5년 차 전후에 나타난다”며 “5년 차를 넘기면 대량생산과 마케팅을 위한 자금이 절벽처럼 끊기면서 생존 한계에 직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지원체계는 창업 초기에만 집중돼 있다”며 “성장단계 기업이 ‘확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의 무게중심을 생존형에서 성장·유지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