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19) 삼단으로 이색적-송학공원

2025-11-13     차형석 기자

소나무 바로 아래 반듯한 돌 벤치여
사계절 너의 본분 다하고 있는 거니
할매들 엉덩이 찹아 앉을 수가 없단다

담 옆에 길게 놓인 운동기구 네 개여
너네들 찾는 사람 얼마나 되는 거고
노인들 사용하기엔 너무나도 힘들대

있기만 하면 뭐해 쓸모가 있어야지
우리는 살다 보니 실용성이 최고더라
공원을 찾을 때마다 만족하고 싶단다


언젠가 소나무에 앉아 있던 학을 떠올리며 길을 나섰다. 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송학경로당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경로당 앞과 옆에는 느티나무 두 그루가 비슷한 크기로 서 있었다. 아주 큰 덩치로 늠름한 나머지 경로당을 지켜주는 목신 같은 기분을 가지게 했다.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어서인지 송학경로당 문은 닫혀 있었다.

이 공원은 삼단으로 구분지어져 있다. 경로당과 제일 가까운 일단에는 아이들의 놀이시설이 단독으로 돼 있다. 여기는 이상하게도 중국단풍나무 일색이다. 그 나무 아래에는 나무 의자 네 개가 놓여 있다. 잎들이 무성한 나무 아래에서 더위도 식히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놀이기구는 많지 않았지만 주변에 주택들이 빙 둘러져 있어 이곳에서 놀고 싶은 아이들이 수시로 찾을 것으로 보였다.

이단은 일단 바로 옆이다. 이단은 일단보다 지대가 높고 사이에 놓인 경계벽이 길다. 담벼락 쪽으로 운동기구가 놓여 있다. 가운데에는 소나무 다섯 그루와 들어서는 입구에 이팝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단에 있는 나무는 많지 않지만 소나무를 위한 공간 앞에는 돌로 된 벤치 두 개가 있다.

다른 곳에는 나무로 된 벤치들인데 여기는 멋스러운 돌 벤치이다. 돌 모양이 하도 예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산책하던 50대 여성이 구청에서 나왔는지를 물었다. 공원 탐방을 나왔다고 하니까 공원 사용에 대한 애로사항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여기 돌의자 실용적이지 않아요. 할머니들이 여기로 많이 나오는데 돌이 차가워서 앉지를 못합니다. 나무로 된 의자로 바꿔주면 좋겠어요.”

조금 전에 돌 벤치에 대한 칭찬을 속으로 연거푸 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그런 면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그 여성은 주변에 사는 어른들이 모두 연세가 있어 다른 곳은 못 가고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앉는 곳이 불편해 그동안 마음이 쓰였다고 했다. 그리고 운동기구도 연세 드신 분들이 사용하기 힘든 것만 있어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마지막 단계인 삼단으로 가 보았다. 거기에도 돌 벤치 두 개가 있었다. 느티나무, 중국단풍나무, 상수리나무가 서로 가지와 잎을 맞댄 채 붙어 있었다. 이곳으로 햇살 한 줌 들어올 틈이 없어 여름에는 아주 시원할 것 같았다. 그런데 돌 벤치가 또 걸린다. 그 여성은 돌로 된 의자는 아무도 안 앉으려고 한다고 했었다. 삼단에는 세 종류의 나무들이 주인공이다. 특히 초겨울이 되면 도토리를 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했다.

집 주변에 공원이 있어 좋다는 그 여성, 할머니들이 갈 곳이 없어 많이 찾는다는 이곳, 공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삼단으로 안정적으로 구분된 이 공원은 오랫동안 아주 색다른 공원으로 기억될 것 같다.

모습을 숨긴 어떤 새의 지저귐이 계속되고 있다. 실용을 우선하는 송학공원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노랫말 같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