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가짜 3.3% 계약’, 더 이상 사각지대가 아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4분기 이후 ‘3.3% 계약자’에 대한 근로감독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른바 ‘가짜 3.3% 계약’은 프리랜서로 위장한 근로 형태를 말한다. 사업자는 사업소득으로 신고하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종속돼 일하는 전형적인 근로자다. 형식은 ‘사업소득자’이지만 내용은 ‘근로자’인 셈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고용형태 분류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보험,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전반과 세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최근 국세청과 고용노동부가 데이터를 공유하며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3.3% 프리랜서’라는 표현은 머지않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진짜 3.3% 계약이란 무엇인가? 통상 3.3% 계약이란 사업소득세 3%와 주민세 0.3%를 원천징수하는 형태를 말한다. 번역가, 디자이너, 강사, 컨설턴트처럼 독립된 업무를 수행하는 자유업 종사자라면 세법상 명백히 사업소득자로 분류된다. 이런 경우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가입 의무가 없고, 본인이 4대보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고,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업무 대체가 자유롭지 않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는 법적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고, 세법상 사업소득으로 신고했더라도 노동법상 근로계약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가짜 3.3% 계약은 사실상 근로계약이다. 법원과 행정당국은 이미 여러 판례를 통해 “형식보다 실질”을 강조해왔다. 대표적인 판단 기준은 업무의 종속성, 근로시간 통제 가능성, 대체 인력 투입 자유도, 보수의 고정성, 사업 위험 부담 여부 등이다.
예를 들어 카페 아르바이트생, 학원 강사, 콜센터 상담원, 음식점 직원 등 상근 인력 등이 대표적이다. 외형상 ‘프리랜서 계약서’를 쓰더라도, 일정한 출근 시간과 고정 급여, 사용자의 구체적 지시가 존재한다면 이는 명백히 근로계약이다. 대법원 역시 “형식이 아닌 실질에 따라 근로자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존재한다면 사업소득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다29736, 2006.12.7.)고 판시했다.
본격적인 규제는 이제 시작된다. 고용노동부는 국세청의 사업소득 자료를 토대로 동일 사업장 내 3.3% 계약자 현황을 비교·대조해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IT·물류·교육·음식업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이 1차 대상이며, 여러 명의 3.3% 계약자가 상시 근무할 경우 근로자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3.3% 계약이니 괜찮다’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4대 보험 미가입의 위험이 존재한다. 가짜 프리랜서 계약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보험 사각지대다.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사용자는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을 소급 적용받는다. 고용보험료만 해도 사용자 부담이 전체의 절반 수준이며, 수년 치 추징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 퇴직금, 연차수당, 휴게시간 미부여 등으로 인한 소송 리스크도 있다. 실제로 근로자성 판정 후 민사소송으로 이어진 사례가 늘고 있으며, 체불임금 지급뿐 아니라 고용보험료·근로소득세 정정신고 의무도 동시에 발생한다.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의 대응이 필요하다. 사업자는 더 이상 ‘프리랜서 명목’으로 비용 절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단기 인력이라도 업무지시와 근무시간 통제가 있다면, 정식 근로계약 체계로 전환하고 급여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반면, 실제로 독립된 업무를 수행하는 진정한 프리랜서라면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며, 소득세 신고 시 필요경비를 명확히 관리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일시적 단속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를 바로잡는 제도적 전환점이다. 세법과 노동법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동안 “3.3%면 프리랜서니까 괜찮다”는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안전지대였다. 이제 정부는 국세청과 노동부의 데이터 통합을 통해 그 사각지대를 해소하려 한다.
사업자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편법보다, 법적 리스크를 줄이고 투명한 고용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짜 3.3% 계약’은 더 이상 편법의 공간이 아니다. 세무와 노동의 경계가 명확해지는 지금, 우리는 변화의 출발점에 서 있다.
도강혁 한빛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