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팩트시트, 울산 산업에 보낸 냉혹한 경고
한미 정상회담 합의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발표로 울산 산업계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자동차 산업은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져 한숨을 돌렸지만, 철강과 알루미늄 품목은 협상에서 제외돼 여전히 50%의 고율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쪽은 부족하나마 ‘단비’를 맞았지만, 다른 한쪽은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결과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미국의 232조 관세는 15%로 낮아졌다. 완성차 업계에는 그간의 고율 관세 부담을 다소나마 완화하는 호재다. 현대차는 3분기 25% 관세를 적용받으며 1조8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이번 타결로 현대차는 연간 2조40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 완화 효과를 얻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고율 관세에 시달리던 울산 자동차 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완성차 수출은 울산 총수출의 25%를 웃돈다. 특히 올해 3분기 대미 완성차 수출은 1년 전보다 1.4% 줄면서 고율 관세의 부담을 체감했다. 하지만 앞으로 15% 관세 부담을 어떻게 만회하고 흡수할지가 울산 자동차 업계의 당면 과제로 남았다.
더 큰 문제는 팩트시트 합의에서 제외된 철강과 알루미늄이다. 현재 400여개 품목에 부과되는 관세가 1000여개로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비철금속 중 연과 아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적용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시장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실제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올해 8월까지 우리나라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줄었다. 울산 비철금속 업계도 관세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비철금속 제품은 울산 총수출의 5.6%를 차지하는 5대 주력 품목 중 하나다. 올해 3분기 울산 비철금속 제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주력인 동제품은 고율 관세폭탄에도 글로벌 수요 증가에 힘입어 2% 증가했을 뿐, 알루미늄과 연 제품은 각각 12~13% 줄어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합의는 울산 산업계에 냉혹한 경고를 남겼다. 제조업 수출에 의존하는 울산 경제가 외풍에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통 제조업 수출 중심의 울산 경제가 외부 충격에 구조적으로 취약함을 드러낸 셈이다. 울산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보다 정교한 정책 대응과 산업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비해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