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울산의 공공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길은

2025-11-17     차형석 기자

본보는 지난달 13일자부터 ‘공공도서관을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자’라는 제목으로 총 7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울산의 공공도서관이 단순한 독서 및 학습공간이 아닌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취지다. 이를 위해 취재진은 9월부터 일본과 싱가포르 등 해외 도서관과 서울, 전주, 창원 등 5개 도시 총 12곳의 우수 사례 공공도서관을 방문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일본의 다케오도서관은 도서관이 도시의 관광명소이자 랜드마크가 된 사례였다.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이 도서관은 모든 시민이 연중 쉬는 날 없이 언제 어느 때고 부담없이 찾는 도서관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8년 107만명이 방문하는 등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90만~100만명이 찾아오는 일본 규슈에서도 ‘핫플’이 됐다. 인구 5만명이 채 안 되는 다케오시에 인구의 20배 가까운 방문객이 찾고 있는 것이다. 서울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이 다케오 도서관을 모티브로 만들었으며, 이 밖에도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두번째 방문지였던 싱가포르 또한 공공도서관이 지역에 복합문화공간으로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다. 전체 28개 공공도서관에 연간 2080만명의 발길이 이어지며 도서관은 시민들 삶의 한 부분으로 뿌리 내렸다. 이 중 풍골 도서관은 이들 도서관 가운데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다. 주민들은 주말에 도서관을 찾아 독서는 물론 대형 화면에서 영화를 보거나 아이들과 만들기 체험, 전동차 타기 놀이 등을 하며 여가시설이 결합된 복합 커뮤니티 시설로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전주시의 공공도서관 운영이 눈에 띄었다. 전주는 시내 곳곳에 크고 작은 공공도서관들을 잘 조성해 놓았는데다, 각각 미술, 음악, 영화·영상, 글쓰기, 영어 등 다양한 콘셉트의 특성화 도서관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의 ‘우주로 1216’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12세에서 16세까지의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만든 곳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까지, 도서관을 떠났던 학생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창원시의 대표적 도서관인 ‘창원도서관 책담’은 로봇과 AI(인공지능), 3D홀로그램, GIS 기반 도서 추천 시스템 등 ICT(정보통신기술)가 결합돼 독서·문화·예술이 공존하는 미래형 도서관의 새 모델이 되고 있었다.

울산도 최근 수 년 새 크고 작은 도서관이 잇따라 들어서며 공공도서관 수가 20곳을 넘는 등 양적으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운영과 콘텐츠 등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뒤떨어지고 갈 길이 멀다. 울산남부도서관(1989년 개관), 울산동부도서관(1992년 개관) 등 울산시교육청 소속 도서관들은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 지금부터라도 국내외 우수 도서관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공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이자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