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태의 인생수업(19)]행복, 뭔가를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

2025-11-17     경상일보

우리는 언제 진짜 행복을 느낄까. 놀랍게도 그 순간은 거창한 성취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사소하지만 선명한 한 가지 감각에서 비롯된다. 바로 ‘내가 내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삶이 아니라, 내 의지로 선택하고, 스스로 실행하며, 그 결과를 감당하는 전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삶의 조타수가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깊은 기쁨과 만족이 피어난다.

심리학자들은 이 감정을 ‘유능함’(competence)이라 부른다. 최인철 서울대 교수는 행복을 이루는 세 가지 심리적 영양소 중 하나로 유능함을 꼽는다. 여기서 말하는 유능함은 단순히 일을 잘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그 믿음이 핵심이다.

이 믿음은 삶을 움직이는 엔진이다. 때때로 좌절하더라도 “나는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만든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도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이 인간에게 가장 깊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반복되는 실패가 사람을 ‘학습된 무기력’ 상태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내가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 삶은 다시 살아 움직인다. 유능함은 무기력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해독제다. 엘리너 루즈벨트의 말처럼, “나는 운명의 지배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내 선택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삶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문제와 마주한다. 그 앞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고, 도움 없이도 무언가를 해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강한 자존감의 뿌리가 된다. 비록 소박한 성취일지라도 ‘내 힘으로 해낸 경험’은 인생을 단단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유능함의 의미는 변한다. 젊을 때는 생산성과 성과로 유능함을 증명했다면, 노년의 유능함은 쓸모가 아닌 의미에서 비롯된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간다는 감각, 그것이야말로 노년의 유능함이다.

퇴직 후 나 역시 ‘나는 여전히 의미 있는 사람일까?’를 묻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여전히 일을 하며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고, 칼럼과 에세이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의미있는 유능함이었다.

진짜 유능함은 결과보다 태도에서 나온다. 우리는 실패 속에서 배우고, 실수 속에서 성장한다. 중요한 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다. 계속 시도하고, 포기하지 않으며, 더 나은 나를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 이것이 진정한 유능함이다.

결국, 진짜 행복은 내가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는 감각에서 자라난다. 누군가 대신 살아주는 인생이 아니라, 나의 선택과 책임으로 살아가는 삶. 때로는 흔들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내면의 힘. 그 내면의 신뢰가 바로 유능함이다. 그리고 이 유능함이야말로 오늘 하루를 보람 있게 만들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든든한 심리적 기반이다. 이것이 행복의 3대 영양소 중 하나이다.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