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예산 삭감에도 ‘2025 방어진 회축제’ 성료
2025-11-17 김은정 기자
지난 15일 오후 4시께 울산 동구 방어진항 일대는 몰려온 인파로 들썩였다. 방어진 활어센터 내부는 회를 사려거나 손질을 맡기려는 방문객들로 붐벼 통로를 지나기 어려울 정도였다. 수조에서 튀는 물소리까지 더해지며 축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올해 축제 예산은 수산물 상생할인 지원사업으로 확보한 1500만원의 국·시비가 전부였다. 이 중 500만원은 부스 설치 등 필수 운영비로, 1000만원은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에 사용됐다. 나머지 부대비용과 인건비 등은 모두 상인들이 부담했다.
상인들은 축제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준비와 운영 전반을 도맡았다.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비품을 직접 확보하며 예산 공백을 채웠고, 행사 기간에는 활어센터 상인 50명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며 상황을 실시간으로 조율했다. 실제로 이날 대방어 해체쇼에 사용할 도마가 행사 직전 확보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자 단톡방에서 한 상인이 즉시 도마를 가져오는 등 빈틈을 그때그때 채워나가는 모습이 이어졌다.
상인 백모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손이 가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우리가 직접 축제를 운영한다는 보람이 컸다”며 “방문객들이 방어진 회를 믿고 찾아준 덕분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대방어 해체쇼에 쓰인 100만원 상당의 대방어 2마리도 상인들이 자체 부담해 장만했다. 쇼는 30년 넘게 회를 떠온 베테랑 상인들이 무상으로 참여해 진행됐으며, 무대 앞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수십 명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휴대전화 플래시가 일제히 켜지며 관람 열기가 이어졌고, 손질된 회는 현장에서 바로 제공됐다.
올해는 활어센터 상인뿐 아니라 골목형 상점가 지정을 추진 중인 방어진 공동어시장 상인들도 참여하며 축제 규모가 확대됐다. 이들은 방어진 명물인 가자미구이를 직접 구워 시식과 포장 판매를 병행했고, 활어센터 맞은편 식당들도 초장 제공 인력을 따로 배치하며 축제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탰다.
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박준영(43)씨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왔는데 올해는 상인들이 직접 뛰어다니며 서빙하고 회를 뜨는 모습이 눈에 띈다”며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티켓 배부 과정에서 발생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는 사전 티켓 판매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행사장은 금세 가득 찼다. 오후부터 진행된 약 2000장 규모의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는 오후 6시30분께 모두 소진됐다.
박문옥 축제추진위원장은 “방어진회축제는 활어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상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뤄낸 모범적인 축제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