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언의 건강강좌(11)]비타민D의 또 다른 기능
인류는 오랜 세월 옥외에서 햇볕을 쬐는 곳에서 활동하며 살아왔다. 햇볕 속 자외선이 피부에 닿으면 충분한 양의 비타민D가 만들어진다. 종일 햇빛이 차단되는 건물이나 차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거기다 얼굴에 선블록까지 바르고 외출하고 있다. 매일 먹는 음식물 중에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은 별로 없다.
몇 해 전 부산 모 종합병원에서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비타민D 혈중 농도를 조사해 본 결과 85%가 부족했다. 이들뿐 아니라 한국인 대부분이 비타민D가 부족하다.
오랫동안 비타민D는 뼈 발육에만 필요한 것으로 알았다. 장에서 칼슘과 인을 흡수해 뼈를 만드는 것이 큰 역할이고, 부족하면 성장 억제, 골연화증이나 골다공증을 초래한다는 것.
그러나 연구하면 할수록 우리 몸 여러 기관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로 밝혀지고 있다. 뼈뿐 아니라 근육 생성에도 관여해 부족하면 힘이 없어 자주 넘어진다. 인체의 중요 면역세포인 T세포와 대식세포에도 관여해 면역력 강화로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한다.
혈당 대사인 인슐린 기능을 돕고 지방간, 복부 비만도 줄인다. 혈관 내피 보호 및 혈압 조절 호르몬인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에 관여해 혈압을 조절하는 등 심혈관에도 관여한다.
비타민D가 부족한 사람은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이 잘 발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 속에도 비타민D 수용체가 있어서 세로토닌 대사에 관여하는데, 부족하면 우울증, 무기력감, 불면증을 일으킨다.
이처럼 비타민D는 현재 우리 몸에서 활성화되면 2000개 이상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호르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암, 당뇨, 비만, 지방간, 치매, 심장병 등 거의 모든 만성질환의 원인은 염증을 만드는 사이토카인 때문이다. 이것을 줄여주는 비타민D를 항염 비타민이라고 불린다.
이처럼 비타민D는 단순히 청소년기 뼈 발육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알고 성인인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수시로 혈액으로 함량을 측정해야 한다.
비타민D 필요량은 성인 하루 2000 IU, 부족한 사람은 2000~4000 IU이다. 3개월에 한 번씩 주사로 맞는 투여법보다는 알약으로 매일 복용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지용성이기 때문에 기름이나 오메가-3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칼슘을 혈관에서 뼈속으로 넣어주는 비타민 K2와 함께 복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타민 K2 없이 비타민D만 복용 시 흡수된 칼슘이 혈관이나 심장에 침착해 석회화가 되면 위험하다. 비타민 K2는 낫토에 많이 들어 있어 낫토 비타민이라고도 불린다.
인류가 종일 햇볕 아래에서 일하며 건강하게 보내던 시절에는 필요 없었던 병들이, 문명이 발달하며 비타민D 부족 질환으로 생기게 된 것은 큰 아이러니라 생각한다.
김용언 전문의·의학박사·세민에스재활요양병원 진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