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소장 백남준 작품, 저작권 묶여 제대로 활용못해”

2025-11-18     전상헌 기자
울산시립미술관이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 작품을 3점이나 보유하고도 소극적인 전시를 하고 있는 이유가 저작권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울산시의회 문화복지환경위원회 이영해 위원은 17일 열린 울산시립미술관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 관람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활용방안은 물론 저작권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 위원은 “수십억원을 주고 구입한 이 작품은 2022년 미술관 개관 당시 2번 전시된 후 수장고에서 사장되고 있다”며 “울산 시민들은 백남준 작품이 시립미술관에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질타했다. 특히 원인을 ‘저작권’ 문제라고 지적하고,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 작품 3점 중 2점은 저작권을 양도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시립미술관을 ‘미디어아트 중심의 미래형 미술관’으로 조성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백남준의 작품 ‘거북’(1993년·1호 소장품), ‘시스틴 채플’(1993년·2호 소장품),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1992~1994년·3호 소장품) 등을 수집했다.

2021년 개관 당시 구매 가격에 대해서는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울산시는 시립미술관 구매 예산이 약 110억원인 것을 고려해 백남준 작품 3점의 구매가가 전체 예산의 절반 이하로 ‘구매보다 기증’이라고 표현했다.

‘거북’은 재미교포 사업가인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 ‘시스틴 채플’은 백남준 작가의 장조카이자 저작권 상속자인 하쿠다 켄,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는 일본 도쿄 와타리움미술관으로부터 확보했다. 이런 과정에서 1·3호는 미디어아트의 특성상 상영물에 대한 저작권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원본의 전시는 가능하지만,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작품의 복제·배포·대여 등에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위원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거북 2회, 시스틴 채플 1회,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 2회(국립호치민경제대학 캠퍼스 갤러리 전시 포함)에 불과한 전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1990년대 백남준 작품인 1~3호 소장품은 2호 소장품인 ‘시스틴 채플’을 제외하고, 1호 ‘거북’과 3호 소장품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 작품은 각각 CRT(브라운관) 모니터 166대와 23대로 이뤄져 있다.

부품 노후화로 인한 CRT 모니터의 교체 작업이 필수적이다. CRT 모니터는 하드웨어 수명이 기판의 경우 10~20년가량, 유리 튜브와 전자총 등은 50년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시립미술관은 CRT 모니터 교체를 통한 원본성 유지를 보존·복원의 원칙으로 세우고, 작품 구입 당시부터 구입처로부터 향후 유지·보수를 고려해 작품 원형의 3배수가량의 보수용 CRT 모니터를 확보했고, 이후 국내 CRT 제작 업체를 통해 추가로 2배수가량의 하드웨어를 확보했다. 특히 학예 담당 부서에 CRT 모니터와 프로젝터 등 미디어아트 전시를 위한 장비 관리를 전담하는 기술자도 별도로 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은 “작품 도입 전 CRT 모니터를 확보했다고 밝혔음에도 ‘작품 유지 보수를 위해 상설 전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며, 제주항공우주박물관까지 저작권이 없는 ‘거북’을 대여해 전시한 것은 울산 시민의 문화 향유 권리를 제한한 것이자 어불성설”이라며 “상설전은 물론 저작재산권 확보 문제 등을 해결해 울산이 문화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