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울산의 미래

2025-11-19     경상일보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세계적 지정학자 알프레드 마한(미, 1840~1914)은 ‘해양력’이 국가 발전의 핵심이라 했다. 미국은 1·2차 세계대전과 냉전기를 거치며 막강한 해군력으로 무역로를 통제하고 패권국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급성장해 미국 GDP의 75% 수준까지 추격하자, 미국은 이를 패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게 됐다. 미국은 디커플링으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고자 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 대외정책도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의 연간 선박 생산 역량은 미국의 수백 배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해군은 이미 함정 수에서 미국을 넘어섰고, 미국 싱크탱크 CSIS는 미국이 해상 패권을 잃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미국은 새 군함 건조와 노후 전함 수리에 동맹국 조선소에 의존하는 반면, 중국은 드론 항공모함 등 첨단 함정을 앞세워 미국의 해상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조선 협력을 서두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우리 정부와 조선업계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준비 중이며, 미 의회는 한국 등 동맹국에 자국 조선 시장을 개방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은 한국·일본 등 동맹국을 존스법의 예외로 두자는 내용이다.

존스법은 미국 건조·미국 국적·미국인 운영 선박만 미국 연안에서 운항하도록 제한해 MASGA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 왔다. 여기에 행정명령으로 ‘번스-톨레프슨법’ 규제를 완화하면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 군함의 블록 제작과 선체 건조에 직접 참여할 길도 열린다.

규제가 완화되면 당장 대규모 군함 수출이 없더라도 ‘미국이 공인한 파트너’라는 신뢰 자산을 얻게 돼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조선업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최대 수혜는 울산에 기반을 둔 HD현대가 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합병으로 생산 능력을 키웠고, 특수선과 블록 제작을 늘리면 연간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

HD현대는 이미 다수의 함정을 건조해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며, 미국 최대 수상함 조선소 운영사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 MOU를 체결해 현지 조립 기반도 확보했다.

울산에는 HD현대중공업 등 조선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어 마스가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기자재 납품과 인력 파견을 통해 지역 협력업체들은 새로운 일감을 확보하고, 지역 경제에도 온기가 돌 수 있다.

장기 구조조정으로 고용 불안을 겪어 온 지역 노동 시장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조선업 확대는 청년 이탈 완화와 숙련 인력 유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조선소 현대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과연 한국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붕괴된 미국 조선 생태계를 되살리는 일은 조선소뿐 아니라 기자재·인력·기술 생태계 전체를 복원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울산의 자동차·석유화학 주력산업도 전기차 캐즘, 미국 관세, 구조조정 압력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마스가 프로젝트를 단순한 조선업 확대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되며, 울산 산업 전반의 침체를 돌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의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대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울산시가 추진 중인 AI 도시 전환은 기존 주력산업에 새로운 경쟁력을 부여해 미래 신산업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번 기회는 다시 오기 어렵다. 우리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의 심장으로서 울산이 한 단계 더 위대한 도시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윤지현 울산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