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외없는 치매, 깜빡깜빡…하려던 말조차 흐려진다

2025-11-19     권지혜 기자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는 증상을 치매라고 한다. 치매는 노화가 가장 큰 위험인자이기에 고령자에게서 더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다. 인구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매 역시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치매 환자의 90%에서 하나 이상의 정신 행동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치매의 원인이 80~90여 가지에 달해 누구도 치매에 있어 예외가 될 수 없다. 김성률 동강병원 뇌신경센터장(울산 광역치매센터장)과 치매의 특징적인 증상과 원인, 주의대상 등에 대해 알아본다.



◇치매 환자 90%, 정신 행동증상 하나 이상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으면서 지난 2016년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3%를 넘었으며, 오는 2050년에는 38%에 이를 전망이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노령화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불러오게 되는데, 치매의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포함된다.

2019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70만명이며 이 중 치매 환자는 76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2041년에는 치매 환자가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란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후천적으로 외상 혹은 질병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가 기질적으로 손상되거나 파괴되는 증상을 말한다. 인간이 가진 여러 가지 인지기능인 기억력, 주의력, 언어기능, 시공간능력, 판단력을 포함한 전두엽 집행기능 등의 장애가 발생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하는 상태다. 단순히 기억력만 떨어진 경우는 치매라고 하지 않는다.

치매의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방금 한 말을 잊어버리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모르는 등 최근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력 감퇴’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혹은 지금 무슨 계절인지 모르게 되는 ‘지남력 장애’가 있다. 지남력 장애는 시간, 공간, 사람 순으로 장애를 보인다. 자주 날짜를 착각해 실수를 하게 된다.

또 △‘언어 능력이 감소’된다. 초기에는 대화 도중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거나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엉뚱한 단어를 둘러댄다. 그러다 다른 사람의 대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하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비교적 복잡한 판단을 요구하는 것부터 시작해 말기에는 혼자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판단력 저하’도 나타난다.

이 밖에도 △생소한 장소를 찾는 것이 힘들어지고 자주 다니던 익숙한 거리에서 길을 잃거나 심하게는 집안에서 방이나 화장실 등을 찾아가지 못하는 ‘시공간 능력 저하’와 △운동화 끈을 매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발생하다 음식을 만들거나 식탁 차리기 등 몇가지 단계를 거쳐야만 수행할 수 있는 복잡한 행동에 어려움을 겪는 ‘집행기능의 장애’가 발생한다.

김성률 동강병원 뇌신경센터장은 “이러한 대표적인 인지기능의 장애 외에도 정신 행동증상을 같이 동반하게 된다. 초기에는 우울감, 불안감 등의 기분 증상이 많으며 점차 중증으로 진행될수록 남이 나의 물건이나 돈을 훔쳐갔다는 등의 망상, 환청, 배회, 공격성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치매 환자의 90%는 하나 이상의 정신 행동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노령층과 가족력 있는 경우 주의해야

치매라고 하는 것은 증상이다. 복통에 맹장염, 위궤양, 장염 등 여러 원인이 있듯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는 증상을 치매라고 한다.

치매의 원인으로는 80~90여 가지의 질환이 보고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가 60~70% 정도로 가장 흔하며 혈관성 치매, 파킨슨 치매, 루이체 치매 등이 있다.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는 증상이 서서히 악화되는 특성을 가지며 뇌의 측두엽, 두정엽에 아밀로이드 단백이라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축적으로 이 부위의 뇌가 위축돼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전체 치매 중 10~15%는 치료를 하면 좋아질 수 있다. 우울증, 뇌종양, 뇌출혈, 수두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비타민 결핍, 엽산 부족, 알코올에 의해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가역성 치매인 경우다. 이들에 대한 원인을 치료하면 치매의 증상은 호전된다.

그러나 치매 위험성이 높은 위험인자도 있다.

우선 노화 과정 자체가 치매 발생에 제일 큰 위험인자다. 치매는 60세 이후에 주로 발병하며, 나이가 5세 증가할 때마다 발생빈도는 2배씩 증가한다.

성별 알츠하이머의 경우 여성이 남성에 비해 1.3~1.5배의 위험이 있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남성이 걸릴 확률이 더 높다.

유전적 요인을 보면 60세 이전 발병하는 조기 발현형 알츠하이머병은 부모, 형제 중 치매환자가 있으면 발병위험이 높다. 특히 유전자 돌연변이가 밝혀진 가족성 알츠하이머는 환자의 자식 혹은 형제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50%로 매우 높다.

이 밖에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혈증, 흡연, 음주, 고호모시스틴증, 심장질환 등은 뇌졸중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혈관성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알츠하이머병의 발생을 촉진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우울증이나 두부외상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성률 동강병원 뇌신경센터장(울산 광역치매센터장)은 “교육 연한이 치매 발현을 억제하는 요소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며 “교육연한이 낮다고 모두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