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1)

2025-11-19     차형석 기자

이튿날 이눌 장군에게서 연락이 왔다. 천동은 아픈 다리에도 불구하고 달령에 있는 의병군의 진으로 찾아갔다. 평소에는 한 식경 걸리던 곳이었는데 칼에 베인 상처 때문에 세 식경이나 걸렸다. 장군은 그의 상처를 보더니 걱정을 많이 했다.

“매번 자네에게 힘든 일을 시켜서 미안하네. 어제 일은 너무 마음에 두지 말게.”

“그런 말씀이라면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전쟁은 항시 죽음을 동반하는 것인데 전투에서 상처 좀 난 것이 대수겠습니까?”

“그런 게 아니라 난 그저 자네에게 미안해서….”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저 같은 놈이 대장군의 명령이라고 해서 그냥 ‘예’ 하고 그 일을 하겠습니까?”

“아니, 이 사람이. 사람 민망하게시리.”

“죄송합니다. 설령 제가 죽더라도 대장군께서는 미안해하지 마시라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알았네. 참, 아침나절에 조사해 보니 왜구의 시체가 무려 쉰두 구였어. 왜적들은 동료의 태반을 잃었으니 당분간 이곳에 오지 못할 것이네. 이번에도 자네가 제일 큰 공을 세웠어.”

“저 혼자 한 것이 아닌데 매번 저에게 공을 돌리는 장군의 속내를 모르겠습니다.”

“예끼 이 사람아, 그걸 자네가 몰라서 하는 말인가? 빈말이나마 칭찬을 하면 그냥 들어줄 줄도 알아야지.”

“….”

“양 장군, 다치지 않았으면 오늘 같은 날 승전 축하주를 마땅히 들어야 하는데 아쉽군.”

“대장군은 어찌하여 전투에서 한 번도 섬멸작전을 하지 않는 것이옵니까? 이번 전투만 해도 적의 후미를 확실하게 끊어서 앞뒤에서 제대로 공격을 했으면 왜적들을 완전히 섬멸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달령의 정상인 이곳으로 오르는 길의 양쪽은 대부분 가파른 절벽이기 때문에 적을 섬멸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왜 그랬는지 자네가 정녕 몰라서 묻는 겐가?”

“네, 그렇습니다.”

“자네가 몰라서 하는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적을 후미에서 완전히 끊어서 앞뒤로 강력하게 공격을 하면 물론 적의 섬멸은 가능하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병들의 희생도 만만치 않을 것이네. 나는 왜적의 수급 열 개보다 의병 한 명의 목숨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네. 대답이 되었는가?”

“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상께서 장군의 생각을 아신다면 아마도 상을 주기보다는 귀양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분이라면 필시 의병들이 다 죽더라도 적을 남김없이 섬멸하라고 명령했을 것입니다.”

“꼭 그렇게 속을 후벼 파야 직성이 풀리는가? 잔인한 사람 같으니라고.”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