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20)새로 낸 사잇길들-칠암공원
백색이 돋보인다 마음이 흔들린다
녹색의 자연 속에 한 식구로 호흡한다
검은 돌 하얀 미소로 마음들이 정화된다
지압이 필요할 때 맨발로 걷다 보면
막혔던 혈관들이 한꺼번에 큰 숨 쉰다
발바닥 쌓인 굳은살 세월을 풀어낸다
한 번씩 모임을 가졌던 성안동 솔밭가든 옆에 있다. 그때는 공원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바로 옆에 이런 쉼터가 있는 줄 몰랐다. 회식이나 가족 모임이 끝나면 바로 헤어지기 바빴기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공원 탐방을 계획하고 나온 지금은 모든 게 한 곳으로 집중되어 작은 것도 지나치지 않게 된다.
봄인데도 바람이 세차다. 초겨울 날씨 같아 얇은 옷깃을 여민다. 백양공원처럼 흰 돌에 공원명이 새겨져 있다. 산림청 녹색사업단의 복권기금(녹색자금) 지원으로 정비되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바로 옆 안내도를 보니 공원 모양이 직사각형이다. 이제 막 세워진 것처럼 색깔들이 바랜 흔적 없이 선명하고 색채감이 좋다.
파고라가 있는 주변으로 얼마 전에 꽃무릇을 식재해 놓은 것 같다. 어느 정도 시기를 거치면 곧 파릇해질 것이라는 그림이 그려진다. 왼편에는 운동기구가 놓여 있다. 바닥에는 흰 파쇄석이 깔려있고 벌집 모양의 플라스틱판으로 고정을 해놓았다. 흰색 운동기구에 흰색 파쇄석이 공원의 이미지를 아주 깨끗하고 밝게 각인시켜 준다. 운동기구를 사용하다 가끔씩 신발을 벗고 지압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운동기구 옆으로 수형이 자연스럽지 못한 느티나무가 보인다. 여러 줄기의 우듬지를 얼마나 잘랐던지 나무가 몸살을 한 것처럼 몇 개의 잎만 간신히 달고 있다. 위로만 자라는 나무를 옆으로도 자라게 하기 위한 조치일 것 같다. 지금은 이 나무가 애잔하지만 머잖아 멋진 나무 형태를 갖출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공원을 정비하면서 맥문동을 많이 심었는지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풀인가 싶어 보면 팻말에 맥문동이라고 써 놓아 비로소 알게 된다.
여기도 정식으로 나 있는 출입구는 두 군데인데 조금이라도 편한 곳으로 다니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사잇길이 많이 생겼다. 그 사잇길로 통행을 한 관계로 얼마 전에 심어 놓은 맥문동이 많은 희생이 되었다. 얼마나 밟혔으면 기를 못 펴는 것들이 여럿 보인다.
파고라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 양쪽으로 만든 화단 사이로 디딤돌이 놓여 있다. 디딤돌 오른쪽에는 키 큰 나무들이 있고 그 사이에도 맥문동이 군데군데 있다. 화단을 양쪽으로 갈래지어 놓은 것을 볼 때면 정성이 더 깃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철쭉 영산홍 등은 마지막 꽃을 피우며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꽝꽝나무는 작은 연두색 잎을 새의 부리처럼 피워 올린다. 녹색의 잎보다 이제 막 올라오는 이런 연초록 잎들을 볼 때면 보호 본능이 인다.
잔디와 맥문동은 같은 날에 식재를 한 것처럼 모습이 비슷하다. 새로 보충한 듯한 흙들은 부드럽고 곱다. 이곳에 있는 흙들은 유실되지 않고 이곳의 식물들에게 좋은 터전이 되었으면 한다. 새로운 식물들을 위해 채워놓은 흙들은 많은 영양분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갓 태어나 엄마의 초유를 맛나게 먹는 것처럼 이 식물들도 그런 기분으로 입을 쪽쪽 벌리고 있을 것 같다.
이제 새로운 터전으로 온 맥문동과 꽃무릇 잔디 등은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서 풀들과 수시로 영역 다툼을 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나온 이상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씩씩하게 잘 자랐으면 한다. 곳곳에 썩어 거름이 돼 주는 낙엽들이 오늘따라 고맙다. 운동기구에서 운동도 하고 지압도 가능한 칠암공원은 일거양득을 체험하기 딱 좋은 곳이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