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2)
“대장군, 강화회담은 결국 결렬된 거 같은데 전쟁이 다시 시작되겠지요?”
“관백 히데요시가 호언을 했으니 내년 초에 날이 풀리는 대로 쳐들어올 게야.”
“남해야 통제사 이순신 장군께서 계시니까 걱정을 안 해도 되겠지만, 육전은 이번에도 문제가 될 거 같습니다. 실전에 강한 의병장들은 대부분 숨어버리거나 일부는 관군에 흡수되어 전투력이 현저히 저하된 거 같아 보입니다. 누가 있어서 저들의 육군을 막아낼지 의문입니다.”
“나도 그게 제일 걱정이야. 현재의 관군 장수들 중에서 왜군과 싸워서 이길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
“그렇다면 전투의 결과는 뻔합니다. 임진년의 재판이 되겠지요. 또 왜군들은 수일 내로 한양을 접수하고 다시 강화교섭에 나서겠네요?”
“한 가지 변수는 있어. 명나라가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많은 병력을 조선에 파견해 준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 결국 이번에도 조선의 운은 남해의 이순신 장군과 명나라 군대에 달렸다고 봐야지.”
“통제사와 조선의 수군함대를 그대로 두고는 재침을 해도 어려울 것이라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알고 있을 터인데, 히데요시가 재침을 호언하는 이면에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 됩니다. 정면 승부로 통제사가 이끄는 조선 수군을 이긴다는 건 해상전투의 신이 아닌 한 불가능한 일이 아니옵니까?”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야. 지휘관만 바꾸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네? 주상과 조정의 중신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대체할 장수가 없는 상황에서 지휘관을 바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글쎄, 과연 그럴까?”
이눌 장군의 반문에 천동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는 이따금 이연이 군왕으로 있는 조선의 백성이라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끼곤 했다. 천한 신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보다 그것이 그의 마음을 더 괴롭혔다. 군왕 같지 않은 군왕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조선의 백성들은 신분의 고저를 떠나서 모두가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용장 김덕령 장군도 가시고, 홍의장군의 군세도 조정과 주장의 견제 때문에 예전만 못하니 소인은 그것도 걱정입니다. 아직도 도처에 의병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도적의 무리들이 의병이라고 떠벌이는 경우도 제법 있다고 하옵니다. 이놈의 나라 꼬라지가 당최….”
“나도 그 소리는 들었네. 그렇지만 아무리 내 앞이라고 하더라도 말은 가려서 하게. 내가 어제 한 말을 벌써 잊은 게야?”
“아니옵니다. 장군.”
“양 봉사, 세 치 혀를 조심하라고 누누이 일렀거늘 왜 그러는가? 나는 자네의 그 혀가 늘 걱정이야.”
“걱정 끼쳐드려서 송구합니다. 내내 강녕하시옵소서.”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