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국가적 행사와 지역 행사

2025-11-20     경상일보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APEC 정상 회의가 경주에서 개최되며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제행사로서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필자는 인접 도시인 울산이 이번 행사에서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경주는 울산에서 불과 50분 거리(태화강 국가정원-경주화백 컨벤션센터(HICO))이며, 신라시대부터 울산은 경주의 외항 기능을 수행해 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처용암과 처용설화, 그리고 괘릉에 남아 있는 아랍 무인상 등은 두 도시가 오랜 세월 역사적·문화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이번 APEC 경주 개최는 울산의 국제적 위상을 넓힐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행사 운영 과정에서 울산의 존재감은 기대만큼 드러나지 못했다. 전 세계 정상과 수행단이 경주로 모이는 상황이었다면, 울산시는 경주시와의 공동 협력, 또는 중앙 정부와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필수 방문 코스를 마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반구대·천전리 암각화)는 경주 HICO에서 지근 거리에 있다. 또한 도심 한가운데 드물게 조성된 십리대숲은 인구 100만 메트로폴리탄, 대도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자연경관이기에,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만한 충분한 자산이었다.

게다가 2028년 울산 국제정원박람회 개최가 확정돼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HICO 내 울산 홍보관 설치나 정상단의 울산 방문 명분을 확보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에 APEC 비회원국이지만 UAE 등 아랍권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회의 특성상, 처용설화와 아랍 무인상 등 울산이 가진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사전 홍보했다면 이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부 국내 관광객 증가라는 후광 효과는 있었지만, 적어도 2~3개국 정상이라도 울산을 방문하게 하고, 최소한 숙박을 진행했다면 도시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는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세계적 수준의 생산기지를 갖춘 산업도시이기도 하다. 산업적 협력 가능성이 높은 국가의 정상들을 초청하거나 산업 시설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면 울산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강하게 부각됐을 것이다. APEC은 중앙 정부 주관 행사이지만, 개최 사실이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던 만큼 울산시와 지역 기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중앙정부와 협력했어야 한다는 점이 특히 아쉽다.

울산은 부산, 경주, 포항과 가까운 독특한 지역적 구조 속에 있다. 부산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제1의 항구도시이자 제2의 도시이고, 경주는 천년고도 역사도시이다. 포항은 세계 제1의 포스코 철강도시이다. 이들 도시에서는 매년 국가적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크며, 울산은 이러한 행사를 단순히 인근지역의 이벤트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연대해 도시를 알릴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소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더라고 향후 국가적으로 진행하는 대형 행사에도 적극적인 연대와 참여도 결국은 우리 지역에 큰 홍보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나아가 울산이 주도하는 향후 대형 행사도 역시 주변 도시들과의 연대, 중앙정부와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 소멸의 시대에 도시 간 연대와 공동 전략만이 지역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고,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는 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김진천 울산대학교 신소재반도체융합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