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자치 30년, 울산이 여는 지방시대의 실천 과제
지방자치 30년을 기념하는 ‘2025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가 19일 울산에서 개막했다. 21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전국 47개 기관이 함께해 지방자치 30년을 평가하고, 국토 균형 발전 정책을 논하는 장이다. ‘K-BALANCE 2025’라는 슬로건처럼, 지방 균형성장의 실질적 전환을 꾀하는 시대적 요구가 응축된 무대다.
올해 엑스포의 가장 큰 특징은 참여의 무게다. 총 366개 부스, 26개 주제의 콘퍼런스가 마련되고, 각 부처와 지자체가 성과와 우수사례를 공개한다. AI·로봇·바이오·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지역별 전략을 비교하고 협력 모델을 모색하는 장이 된 것이다. 지방의 미래가 더 이상 ‘중앙의 배분’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설계하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울산이 준비한 개최지관은 그 변화의 핵심을 드러냈다. 울산은 ‘대한민국 AI수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조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산업 AI 생태계, 해저 실증을 준비 중인 수중 데이터센터, 분산에너지 특구 추진,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기반 조성 등 울산만의 미래지도를 포괄적으로 구성했다.
이번 엑스포에서 정부가 강조한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도 울산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동남권·서남권·대경권·중부권·강원·제주 등 초광역 권역으로 재편하고, 권역별 성장 엔진을 명확히 제시했다. 동남권의 경우 자동차·조선·우주항공·석유화학·철강이 전략축으로 설정됐고, 이는 울산이 산업수도로서 축적한 역량을 다시 활용할 구조적 틀을 제공한다.
그러나 지방시대의 길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동시에 한계를 남겼다. 권한 이양은 더뎠고, 재정 자립은 취약하며, 지역 간 격차는 심화되었다. 주민 참여 기반도 충분히 확립되지 못했다. 산업 중심 도시인 울산 역시 인구 감소, 청년 유출, 고령화라는 구조적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결국 핵심은 비전이 아니라 실행력이다. 울산의 ‘AI 중심 산업수도’ 전략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AI 인재 양성, 민관 협력 구조, 데이터 활용 규제 개선, 초광역 연계 프로젝트 등이 구체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특히 부산·경남과 함께 동남권 메가시티를 구축하는 작업은 울산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
지방시대의 성패는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귀결된다. 산업 전환과 함께 생활권 복지·교육·교통·환경의 질이 높아져야 진정한 지방시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