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울산의 성조숙증 진단율, 왜 이렇게 낮을까
최근 성조숙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성조숙증은 단순히 또래보다 키가 빨리 크는 문제가 아니다.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 성인 신장에 영향을 주고, 신체적 발달과 정서적 성숙의 불균형을 초래해 아이의 심리 건강에도 큰 부담을 준다.
성조숙증의 주요 원인은 비만, 유전, 스트레스, 그리고 환경호르몬 등 복합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환경적 요인의 영향이 점점 더 중요하게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보이는 고농도 급성 노출 형태와는 달리, 저농도의 환경호르몬에 장기간·복합적으로 노출되는 패턴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 물질들이 너무도 일상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는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가 있다. 이들은 플라스틱 포장재, 배달 음식 용기, 식품 캔 코팅, 심지어 실내 먼지에도 포함되어 있다. 체내로 흡수된 환경호르몬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하거나, 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을 조기에 자극해 사춘기를 앞당긴다. 여기에 수면 부족과 조기 학습으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호르몬 조절 체계가 쉽게 불안정해져 성조숙증 위험이 높아진다.
성조숙증이 위험한 이유는, 인간의 성장 과정에 존재하는 ‘아동기 휴지기’가 깨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성호르몬 분비가 잠시 억제되어 뇌 발달과 사회성 학습에 집중하는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환경호르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가 성적 성숙 신호를 조기에 받아들여 신체와 정서의 균형이 깨진다. 심리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과도한 성적 성숙은 불안, 위축, 자존감 저하 등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의 성숙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환경 관리와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다.
첫째, 식생활에서의 노출을 줄여야 한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말고, 뜨거운 음식은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는 것이 좋다. 통조림과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면 환경호르몬 섭취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둘째, 생활환경을 점검해야 한다. 영수증 용지에는 비스페놀A가 포함될 수 있으므로 아이들이 자주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방향제·탈취제보다는 환기를 통해 실내 공기를 관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셋째, 비만과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체지방을 줄여 환경호르몬의 체내 축적을 방지하고, 충분한 수면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안정시켜 호르몬 균형을 돕는다.
울산은 타 지역에 비해 성조숙증 진단률이 낮은데, 이 통계 결과를 단순히 ‘양호한 수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역 내 의료 접근성 부족, 부모들의 인식 미비, 학교 및 공공 차원의 교육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는 울산 성조숙증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해 정기적인 성장검진 및 건강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