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4세대 원자로
원자력 발전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에너지원이다. 스리마일 원전 사고로부터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인한 불신 요소와 방사성 폐기물 처분에 대한 해결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에 대한 불신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위기라는 위험 앞에서 원자력이 하나의 실용적 해결책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빠르게 다가온, 인류 생활의 기반이 재편될 수 있으며, 한 국가의 앞날을 가늠할 수도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가 덮쳐 들었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후퇴 정책을 쓰며, 화석 연료 전력 증강 정책으로 돌아섰다. 중국은 가장 빠른 원전 건설 국가이다.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은 태양광과 풍력이 주도하는 대체에너지 요구를 계속 증가할 것이며, 이와 함께 기존의 원전 가동 기한을 추가로 연장함과 동시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가지게 될 것이다. 수요가 충족될 때까지 석탄과 가스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며 석유 사용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우리들의 후손들이 맞이할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상업적으로 충분히 성공을 거둔 개량형 가압경수로 등 3세대 원자로는, 사용 후 핵분열 생성물 처리 문제, 지표면 우라늄 중 오직 0.7%(우라늄235)만이 핵연료로 쓸 수 있는 점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4세대 원자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초고온가스로(VHTR), 용융염로(MSR), 소듐냉각고속로(SFR),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이다.
이 중 용융염로에 속하는 토륨 용융염로(TMSR)는 기존의 우라늄 원자로와 작동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원자로에 사용되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대신 비핵분열 물질인 토륨을 연료로 사용한다. 토륨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물질이 아니지만 토륨에 중성자를 조사하면 최종적으로 우라늄 233으로 변환되고, 이 물질이 핵분열을 일으키는 재료가 돼 원자로를 가동시킨다. 이 때 물 대신 액체 상태의 ‘용융염’(녹은 소금)을 냉각제이자 연료매개체로 사용한다.
토륨원자로는 우라늄 이용과는 달리 농축과정이 필요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핵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1/20~1/100) 핵폐기물의 반감기도 훨씬 짧아(10만년 > 300년) 폐기물 처리가 쉽다. 더욱이 토륨은 연료의 97% 이상이 연료로 소모되고 남는 방사성 물질은 3% 미만이다.
토륨원자로 내에서 생성되는 핵분열 재료인 우라늄 233은 자발적으로 핵분열 연쇄반응이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비핵화에 도움이 되며, 멜트다운과 같은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술적 어려움과 더불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인도는 중수로 기술에 기반한 토륨을 연료로 한 반응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토륨 원자로 연구가 중단된 상태이다. 미국도 한 때 토륨용융원자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추진됐으나, 당시 원자력 마피아들이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원자로를 더욱 선호했기 때문에 용융염원자로나 토륨로에 대한 연구 지원이 중단된 바 있다. 최근 다시 토륨 연구로 건설 추진 움직임이 있다.
중국은 2025년 11월1일 고비사막에 설치된 2㎿급 실험로에서 세계 최초로 토륨 용융원자로 시운전 데이터를 확보, 2035년까지 100㎿ 규모의 토륨용융원자로를 건설해 전력망에 전력 공급을 목표하고 있다. 또한 토륨원자력 컨테이너선 개발도 추진한다고 한다. 새로운 4세대 원자로의 일환으로 토륨 원자로 개발에 가장 앞선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 소듐냉각 고속로(SFR)에 대한 시험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소듐로를 건설할 수 있다면, 토륨로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망설일 것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토륨 원자로는 외국에 대한 의존도 줄일 겸, 경제적 안보 이득도 누릴 수 있는, 우리에게 적합한 에너지원 중 하나이다. 더 늦기 전에 중국, 인도 등과의 경쟁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