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민의 불역유행(不易流行)(29)]울산엔 뭐든 다 있는데 뭐가 어려운가?
며칠 전, 우리에게 ‘애니깽’ 영화로 잘 알려진 아즈텍문명의 나라 멕시코를 다녀왔다. 멕시코시티에는 이집트 기자 지역 9개 피라미드에 버금가는 ‘태양과 달의 피라미드’, 즉 테오티우아칸 신전이 있고, 포르투갈의 파티마보다 천년 일찍 성모님이 발현했던 과달루페 성당도 있다. 주유엔대표부 근무시절 카이로를 다녀왔고 주포르투갈 대사 재직 때 파티마를 가봤기에 피라미드와 성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멕시코 방문기회를 은근히 고대했었다. 기쁘게도 외국 유학생 유치와 울산출신 대학생들의 국제기구 인턴십 기회제공을 위한 UFLY 프로그램 협의차 울산과학대학교 대표단의 일행으로 멕시코 땅을 밟을 수 있었다.
‘Study in Korea’ 제하의 한국유학박람회는 멕시코시티 구도심의 중심이면서 긴 독재정치를 끝장낸 ‘1910년 혁명’의 상징이기도 한 레포르마 대로의 1번지에 위치한 바르첼로호텔에서 개최됐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후원하에 한국국제교육원과 문화원 주관으로 이틀간 진행됐는데 글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방문자가 1000명 이상이었고 학생들과 가족들은 개막 첫날부터 다음날 폐막멘트가 흘러나오는 시간까지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멕시코 학생들이 최근 미국의 ‘K함정 프로젝트’로 현대중공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도시와 달리 울산만의 매력을 홍보하기가 좋았다. 우리 대학들의 상담부스는 발 디딜 곳을 찾기 어려웠고 관계자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유치하려는 일념에 점심시간 마저 반납했다.
멕시코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동행한 부모와 친지들 모두가 울산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졸업 이후 취업 가능성과 비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문의했고 열심히 받아 적기에 바빴다. 한류에서 비롯된 한국사랑은 더욱 강력해져 대한민국의 선진 과학기술분야를 배우고 익혀 졸업 후엔 직장을 구해 한국에서 정착하려는 꿈도 갖고 있었다.
우리 대사관 관계자에 의하면 과거에는 해외진출 대상지로 미국과 캐나다만 생각했던 멕시코 젊은이들이 한국기업의 멕시코 진출로 인해 최근에는 한국도 마음에 두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10월 중순에 다녀왔던 이스탄불 국제유학박람회에서의 분위기도 유사했다. 튀르키예 청소년들의 발걸음은 우리 국내 대학교의 홍보 테이블 앞에서 멈춰 섰고 우리 관계자들은 한국이 최적지임을 설파하기에 바빴다. 현지의 뜨거운 분위기에 압도당한 필자도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전 세계 7개국)’회원국인 한국과 명실공히 ‘세계의 산업 수도’인 자랑스런 울산을 설명하느라 목청을 드높였다.
외국 학생들은 세계 최대 규모인 원자력발전 단지와 석유화학, 자동차와 선박 건조시설이 있고,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 및 부유식해상풍력단지 계획이 실현된다면 전기차 배터리산업과 AI 데이터 센터의 중심도시로도 부상될 미래 울산에 매혹됐다.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서울과 2시간 남짓 거리이고 제2의 도시인 부산과 천년고도의 문화역사를 가진 경주와도 인근임을 강조했다. 고개를 끄덕이던 그들은 울산 소재 2개 대학교와 현대중공업 및 현대·기아 자동차간 관계를 설명하자 물개박수를 쳤다. 울산 지역특성이 잘 홍보된다면 동남아는 물론 유럽이나 멀리 멕시코 등 남미에서도 유학생들이 몰려올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그들을 졸업시키고 정주에 이어 영주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느냐이다. 현재 울산인구는 112만 명인데, 젊은이들은 매년 더 많이 떠나가고 고령층 비율은 늘고 있다. 한국 전체를 봐도 세계 최저라는 부끄러운 출산율 기록이 그것도 매년 갱신되고 있어 5000년 역사상 가장 자랑스러운 ‘3050 클럽’ 회원권을 조만간 박탈당할 것으로 보여 씁쓸하다. 그럼에도 유학생들과 근로취업으로 외국인 수가 3만명에 가깝고 매년 증가 추세여서 다행스럽다.
전반적인 인구절벽 현상과 울산만의 부족직업군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해외 근로자 유입과 함께 외국인 학생들의 정주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울산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근로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에서 출발했고 재학과정에서 전문 실무능력과 언어소통 능력을 배양하면서 울산인이라는 애착심도 남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난민 및 외국인 수용에 매우 부정적 입장을 가진 헝가리도 독일에 이어 유럽내 제2위 제조업 국가로서의 위상 유지를 위해 전기차 생산 및 유관 배터리 산업에 필요한 외국인 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다. 기업, 대학, 정부가 공동으로 기술대학 및 직업학교와 연계된 외국인학생 유치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이고 산업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 학기 중 실습과 인턴 기회를 제공하고 유자격 졸업생의 취업을 적극 허용하고 있다. 취업 연계형 비자제도도 정비해 학생비자를 취업비자로 쉽게 전환시켜 주고 졸업 후 2년간 구직 체류허용 및 가족동반 거주지원을 통해 장기체류 및 영주를 유도하고 있다.
독일도 인구 고령화와 기술인력 부족현상 때문에 최근 20년간 우수한 외국인 학생과 엔지니어 유치정책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삼고 있다. 학업 중에도 기업 소속으로 급여를 주고 있고 기업전문가들이 강의하고 멘토링함으로써 교육과 노동시장간 미스매치를 최소화하고 졸업 후 18개월 동안 체류를 보장하고 취업과 동시에 장기체류를 자동 보장하고 있다.
우리도 각종 특별법 도입과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 도입 등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울산 산업여건의 이점을 십분 활용한 지역 맞춤형 외국인 유학 및 정주전략을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울산엔 뭐든 다 있는데 뭐가 어려운가?
박철민 울산대 교수 전 울산시 국제관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