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亞 최고 북극 물류거점 선점’ 머리 맞대야”

2025-11-21     석현주 기자
기후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해양·조선·에너지 산업 전환 속에서 북극항로가 새로운 국제 물류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부울경이 향후 국가 북극전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진행 중인 ‘2025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에서는 ‘부울경, 북극항로를 열다’ 콘퍼런스가 열려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한 동남권 전략이 논의됐다.

콘퍼런스 기조강연을 맡은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급속한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이 감소하며 해운·물류 지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소장은 “전 세계 물류의 80~90%, 한국은 99% 이상을 해상운송에 의존하는 만큼 북극항로는 국가 공급망 리스크를 줄일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1년 수에즈 운하 좌초 사고 당시 전 세계 물류 지연이 촉발됐던 사례를 설명하며 “이 사건 이후 러시아는 북극항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50년까지 한 차례 이상 ‘얼음 없는 북극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북극항로를 둘러싼 국제 경쟁은 이미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신 소장은 북극항로를 “물류를 넘어 외교·안보·자원·기술이 결합된 국가 백년대계”라며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가 장기 로드맵과 안정적 투자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은 부울경이 북극항로 시대 가장 유리한 산업·지리 기반을 갖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엄 연구위원은 “부울경은 조선·에너지·해운·항만·연구기관이 집적된 한국 해양산업의 심장부”라며 “북극항로 진출 시 조선·선박기자재·항만·연료 산업 등 후방산업과 물류·무역·제조·자원개발 등 전방산업이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금융·보험·디지털 산업 기반이 약하고 극지 연구개발(R&D) 역량이 부족한 점은 보완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그는 △부울경 통합 전담조직 및 거버넌스 구축 △전문인력 양성 △조선·해운 투자 확대 △시범운항 실증사업 추진 △극지 R&D 기관 유치 △디지털·위성·통신기술 개발 지원 등 종합 대응전략을 제안했다.

엄 연구위원은 “부울경 간 공동연구와 기술협력이야말로 북극항로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수 울산대학교 교수는 ‘북극해를 장악한 K-조선 기술력’ 발표에서 우리 조선업계가 보유한 빙해선박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빙·기상 데이터 기반 항로 최적화 기술, 선박 마력 예측 모델, 유빙 회피 알고리즘 등 첨단 북극항해 기술을 소개하며 “한국의 빙해선박 설계·건조 기술은 이미 러시아·노르웨이 등 북극 연안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울경 조선소와 선박기자재 산업의 역량을 고려할 때 북극항로 산업화의 중심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태 부산대학교 교수는 북극항로 국제 운항 패턴과 최근 물동량 증가를 분석하며, 울산·부산·경남이 역할을 분담할 경우 ‘부울경 해양물류 삼각축’을 구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북극항로 이용 선박이 이미 울산과 부산에 기항하는 사례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부울경이 공동 대응하면 아시아 최고 북극 물류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