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태의 인생수업(20)]5060세대, 나이는 숫자일 뿐 배움은 끝 없다
“중년 이후에도 공부가 가능할까?”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나는 72세에 중학교 교과서를 펼친 한 할머니를 떠올린다. 늦깎이로 글을 배우던 그분은 “배우니 세상이 다시 열렸어요.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더라고요.”라고 얘기한다. 그 말은 삶의 본질을 꿰뚫는 답이었다. 결국 배움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살아온 시간은 단순한 연륜을 넘어선다. 그것은 경험과 통찰이라는 또 다른 자본이 된다. 젊을 때의 공부가 빠른 기억과 경쟁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중년 이후의 공부는 느리지만 깊다. 기억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축적된 삶의 맥락 덕분에 배운 것은 더 오래 남고, 더 깊게 이해된다.
심리학은 중년을 ‘자기 성찰과 전환의 시기’라 규정한다. 카를 구스타프 융은 이 시기를 ‘개인의 통합기’라 불렀다. 이제 더 이상 외부의 성취만을 좇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물음이 가슴에 자리 잡는다. 이 질문이야말로 중년의 가장 강력한 학습 동기다. 젊은 날의 배움이 경쟁을 위한 도구였다면, 중년의 배움은 자기 치유와 내적 통합을 향한 여정이다.
배움은 단순한 자기계발을 넘어 삶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하버드의 장기 연구에 따르면, 늦은 나이에도 호기심을 유지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일수록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산다. 결국 배움은 단지 뇌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삶을 활기 있게 유지하는 생리적·심리적 처방이다.
배움은 곧 인간됨의 회복이다. 중년 이후의 공부는 단순히 책상 위에 앉아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삶 전체를 다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퇴근 후 영어를 배우는 50대 직장인은 시험 점수가 아니라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웃으며 대화하는 순간을 꿈꾼다. 그 배움은 성적표 대신 미소와 추억으로 돌아온다.
지금의 5060세대는 부모 세대와 다르다. 디지털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며, 도전에 앞서 두려움보다 호기심을 느낀다. 퇴직을 앞두고도 창업이나 프리랜서의 길을 주저하지 않는다. 중년은 더 이상 황혼이 아니라, 인생의 제2막을 열어가는 기회의 장이다. 철학자 사르트르의 말처럼 “인간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존재”라면, 중년은 새로운 선택으로 삶을 재창조할 수 있는 시기다.
결국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시간이 준 성숙함은 배움을 더 깊게 만들고, 살아온 경험은 배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매일이 새로운 배움의 기회이고, 그 배움이 인생을 더 깊고 아름답게 완성한다. 노년학에서 말하는 ‘성공적 노화’란 건강과 관계, 의미 있는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 모든 조건의 중심에 배움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다. 중년의 배움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삶 자체를 새롭게 발견하고 완성해가는 지혜의 여정이다. 나이는 배움의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배움을 빛나게 하는 자산이다.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