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AI산업, 거품 논란을 넘어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

2025-11-24     경상일보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버블론’이 연일 화두다. 주가는 치솟고, 모든 기업이 ‘AI 혁신’을 외치니 닷컴 시절의 광풍이 다시 반복되는 듯하다. 실제로 시장에는 실체 없는 서비스가 과장된 기대감 속에서 기업가치를 부풀리고, 화려한 슬로건만 내세운 채 자본을 끌어모으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AI, AI산업이 정말 거품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거품이 있는 부분이 없진 않으나, AI산업 자체가 거품이라는 주장은 전혀 옳지 않다고 본다. AI는 일시적 유행으로 사라지거나 성장이 멈출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이미 산업 기반을 바꾸는 구조적 혁신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글로벌 AI 관련 지출은 2024년 약 2350억달러에서 2025년 1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그리고 2026년 이후에도 3조달러 이상이 투자, 지출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AI용 GPU 수요는 데이터센터 부문의 경우 1년 새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하고 있다. 이는 투기적 과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실제 수요가 따라붙는 성장이다. 의료·금융·제조·교육·콘텐츠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AI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경쟁력의 출발점이 됐다. 그럼에도 버블론이 힘을 얻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생성형 AI 열풍 이후 차별성 없는 챗봇 서비스, LLM API를 그대로 호출하는 수준의 솔루션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실제 매출 기여도가 미미한데도 AI기업이라는 이름만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또한 일부 기업은 데이터 거버넌스, 프로세스 개편, 조직문화 변화 없이 AI 도입만 서두르며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고 있다. 이런 현상만 보면 과열로 보이고, 일각에서 AI를 또 하나의 거품 산업으로 규정하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핵심은 거품이 끼어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다. AI산업은 거대한 층위 구조를 가진다. 반도체·클라우드·데이터센터 인프라 레이어는 진입장벽이 극도로 높고, 장기 수요가 확정적이다. LLM과 핵심 AI 모델을 개발하는 상위 소수 기업 역시 기술·자본·데이터·생태계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버블이라기보다 미래 산업의 기반 기술을 구축하는 단계에 가깝다. 오히려 거품이 심한 영역은 응용 서비스 레이어, 즉 ‘AI를 활용한 비즈니스’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나타난다. 산업과 데이터에 대한 이해 없이 AI를 얹기만 한 서비스는 구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워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정리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은 AI가 이미 실질적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자에게 AI 기반 코딩 도구를 제공할 경우 작업 속도가 20~50%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객센터·제조라인·물류 자동화에서도 효율성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아직 거버넌스·보안·정확도 등의 과제가 존재하지만, 이는 실효성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혁신을 확산시키기 위한 조정기라는 뜻에 가깝다.

역사는 기술혁신과 버블이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철도, 전기, 인터넷, 모바일 모두 초기 과열을 겪었지만 결국 산업의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AI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보며, 다만 그 사이클이 확연히 짧아지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의 시장은 버블로 끝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부분적으로 존재하는 버블이 꺼진 뒤 어떤 기술과 역량과 기업이 살아남을 것인가의 문제다. 진짜 승자는 자체 데이터와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기업, AI를 사업의 도구가 아닌 구조적 혁신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직, 단기 마케팅이 아니라 장기 경쟁력을 축적하는 전략으로 혁신에 대응하는 조직, 기업이 될 것이다. 반대로 GPU와 AI모델만 확보하면 혁신이 일어난다는 식의 접근은 실패와 좌절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AI 산업은 거품이 아니라 필연적 조정기를 지나는 중이다. AI는 이미 산업의 기본 인프라가 됐고,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준비 없는 기업에는 위기지만, 제대로 대응하는 조직과 기업에는 지금이 가장 큰 기회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스마트모빌리티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