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조AI, 울산 중소기업에겐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
울산 산업 기반은 대·중소기업이 긴밀히 맞물린 협력적 제조 생태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중소기업의 다층적 산업 밸류체인이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중심의 디지털 전환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극심하다. 대기업은 속도를 내며 미래 산업을 선점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뒤처진 채 전환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AI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자금, 인력, 효과성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의 절반이 이미 AI를 적용한 반면,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은 4.2%에 불과하다. 대·중소기업 수직계열화가 굳어진 울산의 공급망 구조를 고려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생산 공정의 디지털 전환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I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은 비용과 인재 부족이다. 실제로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이 AI 도입 과정에서 높은 비용 부담과 전문인력 부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한국 전체 AI 인재가 2만여명 수준에 불과한 현실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울산의 중소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인재를 확보하기조차 쉽지 않다.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는 공장 자동화 고도화의 핵심 기술로 ‘피지컬 AI’를 주목하고 있다. 로봇·기계·센서와 AI를 결합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이 기술은 인력난과 안전문제를 동시에 개선할 잠재력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높은 비용과 운영난이 오히려 도입의 문턱을 높인다. 특히 중소기업에겐 큰 부담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대기업 중심으로 굳어지고, 산업 생태계의 기반은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보조금이나 장비 지원만으로는 AI 전환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도입 전에는 업종·규모별로 현실적인 모델을 설계해주는 컨설팅을, 도입 단계에서는 실무 인력을 직접 지원하는 체계를, 도입 후에는 현장 실무자가 스스로 AI를 운용할 수 있는 교육과 멘토링을 마련해야 한다. 울산과 같은 제조업 밀집 지역에는 중소기업을 위한 ‘AI 모델 공장’과 실증 플랫폼을 구축해 성과를 반복·확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울산시는 ‘AI 수도’ 도약을 선언했다. 선언이 현실이 되려면, AI 기술의 수혜가 대기업 울타리를 넘어 지역 산업 기반 전체로 확장돼야 한다. 제조업의 심장 울산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정밀한 정책 설계와 집행이 무엇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