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4)
“얼씨구, 이제 우리 대식(먹쇠)이도 문자를 다 쓰네. 훈장 해도 되겠어.”
“나리, 놀리지 말아요. 올해는 언문이라도 배울 겁니다.”
“그래, 니들끼리라도 제사는 지내지 그랬어.”
“간단히 차려놓고 절은 했지요. 이제 아주 내려온 겁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가능하면 자주 올게. 참, 내일 마동마을 뒷산으로 사냥 가자. 거기 가면 아직 노루나 토끼는 좀 있을 거 같아. 겨울인데 몸보신 좀 해야지.”
“정말입니까? 장난하는 거 아니지요?”
“진짜야, 속고만 살았나?”
“아니 믿어요. 믿고말고. 파군산 골짜기에는 산양이나 살쾡이도 산다고 하던데요.”
“살쾡이든 표범이든 다 잡자. 잡으면 되지 뭐.”
“아직 시간이 있으니, 우리가 사 놓은 황무지에도 가봐야지.”
천동과 친구들은 황무지가 있는 화동마을로 가서 자신들이 산 땅을 대견스럽게 바라봤다. 그곳은 더 이상 황무지가 아니었다. 품삯을 주고 사람들까지 동원해서 일군 땅은 농사를 기다리는 여느 농토와 마찬가지로 갈아엎어져 있었다.
“너희들이 고생했다.”
“아닙니다, 전에 같이 비럭질하던 친구를 통해서 사람들을 모아서 쉽게 해결했어요. 이 땅은 그들하고 함께 농사를 짓고 수확도 나누고 싶어요. 봉사 나리가 우리에게 했었던 것처럼. 그렇게 하면 그들도 더 이상 비렁뱅이 생활을 안 해도 될 거 같습니다.”
“그래, 이곳에 두레마을을 만들어서 집도 짓고 농사도 같이 하면 농번기에 일손이 부족한 문제도 해결되고 좋을 거 같아.”
“우리 같은 천것들일수록 뭉쳐야지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 우리 부지깽이가 너무 유식해졌어. 과거 봐도 될 거 같은데.”
“에이, 그건 아니다. 천자문도 모르는데 무슨 과거를 봅니까. 그럴 자격도 없지만.”
“왜적들 서너 명 목을 베서 한양으로 보내면 우리도 면천법에 의해서 양민이 될 수 있어. 그러면 당연히 과거를 볼 자격도 생길 것이고, 잘 하면 봉사 나리처럼 양반도 가능해.”
“먹쇠 말이 맞아. 니들도 나처럼 될 수 있어. 그러니까 매일매일 검술훈련을 게을리 하지 마. 절대로 희망을 포기하지도 말고.”
“그렇지만 나리처럼 확실한 공적이 있어야 가능한 거지요. 우린 아직 멀었어요. 왜적들과의 싸움에서 죽지 않고 살아나는 것만도 기적인데….”
“아니야,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도 처음에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어.”
“그랬구나.”
“나리, 우리도 글을 배울 수 있을까요? 꼭 배워보고 싶어요.”
“내가 가르쳐 줄게. 배워. 아니, 꼭 배워야 한다. 양반들이나 사기꾼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글자를 알아야 해.”
글 : 지선환